“AI가 국회의원 아이 83명 임신”…‘AI 장관’ 임명하더니 파격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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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수정 2025-11-02 11:02
입력 2025-11-02 10:33

알바니아 총리, 국제 행사서 AI 장관 ‘디엘라’ 홍보
“집권당 국회의원 83명의 ‘가상 비서’ 역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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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니아 정부가 공공조달부 장관으로 임명한 인공지능(AI) ‘디엘라’가 독일에서 열린 ‘베를린 세계 대화’(BGD) 대담 중 스크린을 통해 인터뷰를 하는 모습. BGD 유튜브 캡처
알바니아 정부가 공공조달부 장관으로 임명한 인공지능(AI) ‘디엘라’가 독일에서 열린 ‘베를린 세계 대화’(BGD) 대담 중 스크린을 통해 인터뷰를 하는 모습. BGD 유튜브 캡처


전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을 정부 부처 장관으로 임명했다고 발표해 화제를 모았던 알바니아의 에디 라마 총리가 최근 한 국제 행사에서 AI 장관이 수십명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발언했다.

앞서 알바니아는 지난 9월 ‘디엘라’라는 이름의 AI 캐릭터를 공공조달부 장관으로 임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라마 총리는 페이스북에서 “디엘라는 물리적으로 존재하진 않지만, 가상으로 만들어진 내각 구성원이 될 것”이라며 공개 입찰에서 부패가 없도록 보장하고 정부의 투명성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디엘라는 알바니아어로 태양을 뜻하는 여성형 단어로, 알바니아 전통 의상을 입은 여성의 모습으로 구현됐다.

디엘라는 장관으로 임명되기 전부터 정부의 업무를 돕는 역할을 했다.

올해 초 알바니아 정부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해 e-알바니아 공공 서비스 플랫폼의 AI 기반 가상 비서로 만들어진 디엘라는 사용자의 사이트 탐색 및 약 100만건의 디지털 문의·문서 접근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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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라마 알바니아 총리가 2025년 10월 26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열린 ‘베를린 세계 대화’(BGD) 대담에 나서 인공지능(AI) ‘디엘라’를 공공조달부 장관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BGD 유튜브 캡처
에디 라마 알바니아 총리가 2025년 10월 26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열린 ‘베를린 세계 대화’(BGD) 대담에 나서 인공지능(AI) ‘디엘라’를 공공조달부 장관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BGD 유튜브 캡처


라마 총리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베를린 세계대화(BGD)에서 가진 대담에서 “디엘라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여러분께 알려드려야겠다”면서 “디엘라는 우리 국회의원과 1명씩 아이를 가져 총 83명의 아이를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라마 총리가 언급한 ‘83명’은 알바니아의 현재 여당인 사회당이 차지한 국회 의석수와 같다.

라마 총리는 각각의 ‘AI 아이’가 사회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문제에 대응해야 할지 알려주고 제안하는 가상 비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아이들은 유럽연합(EU) 법률에 대해 엄마(디엘라)만큼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커피 한잔 하러 갔다가 돌아왔을 때 이 아이들은 그동안 무슨 말이 오갔는지, 당신의 이름이 언급됐었는지 말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디엘라도 대담 중에 띄워진 화면에서 진행자의 질문에 답하며 향후 정책을 설명했다.

라마 총리는 “내년 행사 때는 디엘라의 아이들을 모두 모아 스크린 80여개를 더 챙겨오겠다”고 농담을 던졌다.

AI 프로그램인 디엘라를 장관에 임명한 결정을 두고 알바니아 정치권에서는 반응이 엇갈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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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니아 공공조달부 장관으로 임명된 인공지능(AI) ‘디엘라’. 알바니아 정부 제공
알바니아 공공조달부 장관으로 임명된 인공지능(AI) ‘디엘라’. 알바니아 정부 제공


야당인 민주당은 AI 장관 임명에 대해 터무니 없으며 위헌적인 조치라고 비판했다. 알바니아 헌법에 따르면 정부 장관은 18세 이상의 정신적으로 유능한 시민이어야 한다.

반면 킹스칼리지 런던의 반부패·법치주의 전문가 안디 호자즈는 ”AI는 아직 새로운 도구이지만 제대로 프로그램된다면 온라인 입찰에서 해당 기업이 조건과 기준을 충족하는지 더 명확하고 면밀히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알바니아 정부의 이 같은 노력은 EU 가입을 위한 핵심 조건 중 하나인 공공분야 부패 척결을 충족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BBC 방송은 새 장관이 팝스타처럼 단지 디엘라라는 이름으로만 알려져 있다며, 알바니아 헌법을 고려할 때 이러한 조치는 공식적이기보다는 상징적 성격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장관 자격을 두고 논란이 있음에도 인간보다 AI 봇을 임명한 것은 부패 척결 면에서 장점이 될 것이라고 BBC는 전했다.

발칸반도 서부에 위치한 알바니아는 1990년 공산주의 정권 붕괴 이후 조직범죄 및 부패 척결이라는 과제와 싸우고 있다.

알바니아가 공공입찰 분야에서 부패가 전혀 없는 나라가 되도록 하는 게 디엘라가 맡은 역할이다.

라마 총리는 디엘라 임명 당시 BBC에 ”알바니아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뛰어난 팀과 협력해 공공조달 분야에서 최초의 완전한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며 ”공개 입찰에 대한 모든 잠재적인 영향을 없앨 뿐만 아니라 그 과정을 더 빠르고 효율적이며, 완전히 책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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