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연회장, 시민 700만 명은 거리로…美 전역서 ‘왕은 없다’ 시위 [핫이슈]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5-10-19 11:25
입력 2025-10-19 11:25

트럼프 2기 ‘제왕적 통치’ 논란 확산…시민단체 “민주주의는 국민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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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플로리다 팜비치 국제공항에 도착해 주말을 보낼 마러라고 리조트로 향하고 있다(왼쪽). 하루 뒤인 18일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국정 운영에 반대하는 ‘왕은 없다’시위가 열려 참가자가 트럼프 대통령 얼굴이 그려진 피켓을 들고 있다(오른쪽).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플로리다 팜비치 국제공항에 도착해 주말을 보낼 마러라고 리조트로 향하고 있다(왼쪽). 하루 뒤인 18일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국정 운영에 반대하는 ‘왕은 없다’시위가 열려 참가자가 트럼프 대통령 얼굴이 그려진 피켓을 들고 있다(오른쪽).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반대하는 ‘왕은 없다’ 시위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동시에 벌어졌다.

50개 주 2700여 곳에서 700만 명이 거리로 나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제왕적 통치’와 권력 남용에 항의했다.

시민들은 “1776년 이후 왕은 없다”며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외쳤다.

뉴욕·워싱턴 곳곳 메운 인파 “우리는 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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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7번가에서 열린 ‘왕은 없다’(No Kings) 시위 참가자들이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이날 미국 전역에서 시민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UPI 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7번가에서 열린 ‘왕은 없다’(No Kings) 시위 참가자들이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이날 미국 전역에서 시민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UPI 연합뉴스


뉴욕, 워싱턴DC, 시카고, 로스앤젤레스(LA), 마이애미 등 주요 도심이 인파로 가득 찼다.

뉴욕 타임스스퀘어에는 수만 명이 몰렸고 시민들은 “민주주의는 군주제가 아니다”, “헌법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라고 외쳤다.

뉴욕 경찰은 “5개 자치구 전역에서 10만 명 이상이 평화롭게 행진했고 체포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워싱턴 의사당 앞에서는 수천 명이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를 따라 행진하며 “1776년 이후 왕은 없다”, “우리의 마지막 왕은 조지였다”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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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왕은 없다’(No Kings) 전국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이날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수백만 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항의하며 거리로 나섰다. AFP 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왕은 없다’(No Kings) 전국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이날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수백만 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항의하며 거리로 나섰다. AFP 연합뉴스


시위대는 가족과 함께 참여했고 반려견을 데리고 나온 시민도 많았다. 거리에는 미국 국기 색으로 맞춘 옷차림과 풍선, 행진 악대가 이어졌고 자유의 여신상 복장을 한 참가자들이 “파시즘에 저항하라”는 팻말을 들었다.

상공에는 드론과 헬리콥터가 떠 있었지만 경찰은 개입하지 않았다.

“민주주의 끝날까 두렵다”…거리로 나선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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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왕은 없다’(No Kings) 전국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 이날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수백만 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항의하며 거리로 나섰다. AFP 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왕은 없다’(No Kings) 전국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 이날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수백만 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항의하며 거리로 나섰다. AFP 연합뉴스


워싱턴DC에서 만난 이라크전 참전 해병대원 션 하워드는 “이번 시위는 내 생애 처음 참여한 집회”라며 “이민자를 재판 없이 구금하고 군대를 도시에 투입하는 행위는 미국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해병대 출신 케빈 브라이스는 “군 복무 시절 지키려던 가치가 모두 위태롭다”며 “평생 공화당원이었지만 지금의 공화당은 더 이상 내가 알던 당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1776년 이후 왕은 없다’ 문구가 새겨진 검은 스웨터를 입고 나왔다.

뉴저지의 마시모 마스콜리(68)는 “무솔리니에 맞서 싸운 저항군의 손자로서 80년 만에 다시 파시즘의 그림자를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민 단속과 의료 예산 삭감, 관세 강화가 모두 국민을 겨눈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콜로라도 덴버에서는 자유의 여신상 복장을 한 시민이 눈가에 피눈물 분장을 하고 “왕은 없다”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그는 “요즘 사람들은 모두 불안 속에 일한다”며 “이런 상황을 만든 건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 남용과 탐욕”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해변에서는 시민 수백 명이 모여 ‘왕은 없다’ 문구를 인체 퍼포먼스로 만들었다. 한 참가자는 “트럼프가 도시마다 군을 투입한 걸 보고 거리로 나왔다”고 말했다.

존 쿠삭 “트럼프와 가면 쓴 요원들, 지옥에나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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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존 쿠삭(가운데)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열린 ‘왕은 없다’(No Kings) 시위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욕부터 샌프란시스코까지 수백만 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항의하며 거리로 나섰다. AFP 연합뉴스
배우 존 쿠삭(가운데)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열린 ‘왕은 없다’(No Kings) 시위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욕부터 샌프란시스코까지 수백만 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항의하며 거리로 나섰다. AFP 연합뉴스


시카고 시위에는 배우 존 쿠삭이 등장해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그의 ‘가면 쓴 요원들’은 지옥에나 가라”며 “권위주의로 분열을 조장하고 사람들을 겁박해 권력을 유지하려 한다”고 말했다.

쿠삭은 “노동운동의 발상지인 시카고를 파시즘의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은 착각”이라며 “이 도시는 그런 독재를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플로리다서 ‘마가’ 후원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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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메릴랜드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을 보내기 위해 플로리다 팜비치의 개인 별장 마러라고로 향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메릴랜드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을 보내기 위해 플로리다 팜비치의 개인 별장 마러라고로 향했다. AFP 연합뉴스


시위가 벌어지던 주말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마가’(MAGA) 후원 행사에 참석했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가 인크’ 슈퍼팩이 주최한 1인당 100만 달러(약 14억2480만 원) 모금 만찬의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마러라고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11번째로 찾은 개인 별장으로, 전국 시위와 맞물려 대비되는 장면을 연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가자 휴전 중재로 성과를 자평했지만 정부 셧다운 장기화와 대중(對中) 추가 관세로 경제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행사를 강행했다.

헌법 흔드는 ‘제왕적 통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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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왕은 없다’(No Kings) 시위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수백만 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항의하며 거리로 나섰다. AFP 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왕은 없다’(No Kings) 시위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수백만 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항의하며 거리로 나섰다. AFP 연합뉴스


BBC는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의회 승인 예산을 차단하고 일부 연방 부처를 해체했으며 주지사 반대에도 주방위군을 도시에 투입했다고 보도했다.

비판 여론은 이런 조치가 헌법의 권력 분립 원칙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를 재건하려면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며 “나를 독재자라 부르는 건 히스테리”라고 반박했다.

정치학자 데이나 피셔는 “이번 시위는 트럼프 행정부의 권력 집중에 대한 헌법적 경고”라며 “‘왕은 없다’ 구호는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시민의 의지를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탐욕과 부패가 민주주의를 잠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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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왕은 없다’(No Kings) 시위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왕은 없다’(No Kings) 시위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워싱턴 집회 무대에 오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이건 한 사람의 탐욕이 아니라 극소수 부유층이 국가를 장악한 구조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 마크 저커버그 등을 지목하며 “이들은 부를 늘리기 위해 민주주의를 인질로 잡았다”고 비판했다.

과학자 출신 방송인 빌 나이는 “이 정부는 과학의 진보를 억누르고 있다”며 “지식과 연구를 공격하는 건 국가 경쟁력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은 “미국의 힘은 국민에게 있다. 모두 거리로 나와 평화롭게 목소리를 내달라”고 호소했고 힐러리 클린턴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도 지지를 보냈다.

시민단체 네트워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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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펜실베이니아 애비뉴에서 열린 ‘왕은 없다’(No Kings)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탈을 쓰고 행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펜실베이니아 애비뉴에서 열린 ‘왕은 없다’(No Kings)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탈을 쓰고 행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번 시위에는 인디비저블,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무브온, 전미교사연맹(AFT) 등 주요 시민단체가 참여했다.

주최 측은 자원봉사자 수만 명을 대상으로 비폭력 대응 교육을 실시하고 ‘충돌 방지 지침’을 배포했다. ACLU는 “평화적 시위는 가장 미국적인 행동이며 불법도 위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인디비저블의 공동 창립자 리아 그린버그와 에즈라 레빈은 “수백만 명의 시민이 권위주의에 맞서 민주주의가 국민의 것임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조직위는 전국 어디서든 1시간 이내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집회를 설계했다고 밝혔다.

공화당 “미국 혐오 집회”…방위군 동원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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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이 17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미 연방정부는 예산안 협상 불발로 3주째 부분 셧다운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EPA 연합뉴스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이 17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미 연방정부는 예산안 협상 불발로 3주째 부분 셧다운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EPA 연합뉴스


공화당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이번 시위를 “미국 혐오 집회”라고 비난하며 “공산주의자와 반파시즘 단체가 모였다”고 주장했다.

텍사스의 그렉 애보트 주지사와 버지니아의 글렌 영킨 주지사는 시위에 앞서 주방위군을 대기시켰다. 민주당은 “무장 병력을 평화 시위 앞에 세우는 건 왕이 하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워싱턴DC에서는 8월부터 주방위군이 배치돼 있었지만 이날 시위 현장에는 군이 보이지 않았다. 한 시민은 “트럼프 대통령은 국민을 적으로 규정하려 한다. 그게 우리가 거리로 나온 이유”라고 말했다.

“왕은 없다” 구호, 세계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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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영국 런던·독일 베를린·프랑스 파리·스페인 마드리드 등에서도 연대 시위가 이어졌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민주주의는 깔끔하게, 이민단속국은 빼라”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가 등장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시민들이 “캐나다에 손대지 마라”는 피켓을 들었다.

미국 내에서는 시위가 주말 내내 이어졌고 시민들은 “이것이 민주주의의 모습이다”를 외치며 북소리와 함께 행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왕은 없다’ 운동이 트럼프 정책을 직접 바꾸진 못하겠지만 시민사회가 권력에 맞서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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