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취임사로 본 국정 방향
빨강·파랑 섞인 넥타이로 통합 의지계엄 관련자 문책·재발 방지도 강조
성과 중시하는 ‘유연한 실용정부’로
기업 옥죄는 규제 일변도 우려 불식
李 “안전이 밥이고 평화가 경제다”
한일 관계 등 외교엔 일관성 강조

21대 대통령에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의 첫 메시지는 ‘통합’과 ‘민생’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분열된 사회를 통합하는 걸 최우선 순위로 두면서 벼랑 끝에 몰린 민생 회복으로 대한민국을 다시 정상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것이다. 성과를 중시하는 이 대통령은 통합을 ‘유능의 지표’라고 못박으며 말이 아닌 실천으로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이 4일 국회에서 발표한 ‘취임 선서 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 내용을 보면 앞으로 5년간 이재명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정의로운 통합정부’, ‘유연한 실용정부’,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의 3대 기조 아래 ▲명실상부 국민이 주인인 나라 ▲다시 힘차게 성장 발전하는 나라 ▲모두 함께 잘사는 나라 ▲문화가 꽃피는 나라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라 등 5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이재명 정부가 ‘통합정부’를 표방한 건 민생, 경제, 안보, 평화, 민주주의 등 대한민국을 받치는 주요 기둥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는 국민통합이라는 동력을 확보하는 게 필수라고 봤기 때문이다. 비상계엄 사태 관련자들에 대해선 합당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면서도 소통과 대화를 복원해 ‘분열의 정치를 끝내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야심 찬 포부도 밝혔다.
이 대통령이 이날 빨강과 파랑이 배색된 넥타이를 매고 취임 선서를 한 것도 통합 의지를 부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유연한 실용정부’는 실용의 관점에서 필요한 정책이라면 구별 없이 쓰겠다는 선언으로 좌우를 넘나드는 ‘이재명식 실용 정책’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낡은 이념은 역사의 박물관으로 보내자”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또 ‘이재명 정부=실용적 시장주의 정부’를 강조한 데는 기업을 옥죄고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펼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네거티브 중심으로 규제를 변경하고, 기업인들이 자유롭게 창업하고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부가 되겠다는 약속도 내걸었다.
대신 이 대통령은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를 바로 가동하겠다고 밝히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말했다.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조속히 편성해 저성장에 빠진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한주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은 MBC 라디오에서 추경에 지역화폐 예산이 포함되는지에 대해 “지역화폐는 민생경제를 살리는 진통제 같은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은 경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외교도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로 전환해 글로벌 경제·안보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도 국익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한미일 협력은 한미동맹을 토대로 강화하면서도 주변국 관계엔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접근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대통령은 또 “안전이 밥이고 평화가 경제다”, “아무리 비싼 평화도 전쟁보다 낫다”며 한미군사동맹에 기반한 강력한 억지력으로 북핵에 대비하되 북한과의 소통 창구를 열고 대화와 협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외교안보 정책 기조를 급격하게 변화시키기보다는 ‘현상 유지’를 하면서 실용적 접근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브리핑 문답에서 일제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일본 언론의 질문에 “국가 간 관계는 정책의 일관성이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 전반에 대해서도 “협력할 건 협력하고 정리할 건 정리하고, 가능한 현안을 뒤섞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서울 김헌주·세종 이영준 기자
2025-06-0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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