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냐” 묻자 고개만 저은 한국계 여성…뉴질랜드 ‘가방 속 시신’ 재판 개시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5-09-08 17:53
입력 2025-09-08 17:53

두 자녀 살해·가방에 유기한 혐의…재판부 “심신 상태도 판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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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자녀 살해 혐의를 받는 한국계 이모씨가 8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오클랜드 고등법원 첫 공판에 출석해 판사의 질문에 침묵으로 대응하고 있다. (TVNZ·BBC 화면 캡처, 블러 처리)
두 자녀 살해 혐의를 받는 한국계 이모씨가 8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오클랜드 고등법원 첫 공판에 출석해 판사의 질문에 침묵으로 대응하고 있다. (TVNZ·BBC 화면 캡처, 블러 처리)


두 자녀를 살해하고 여행 가방에 시신을 숨긴 혐의로 기소된 한국계 여성이 뉴질랜드 법정에 섰다. 세상을 충격에 빠뜨린 ‘가방 속 시신 사건’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BBC방송과 AP·AFP통신은 8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오클랜드 고등법원에서 이모(44)씨가 첫 공판에 출석했다고 보도했다. 이씨는 살인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스스로 변론에 나섰다.

“혐의 인정 못 한다” 침묵으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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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자녀 살해 혐의로 기소된 한국계 이모씨가 8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오클랜드 고등법원에 출석해 경찰의 호송을 받고 있다. (뉴질랜드 뉴스허브 화면 캡처, 모자이크 처리)
두 자녀 살해 혐의로 기소된 한국계 이모씨가 8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오클랜드 고등법원에 출석해 경찰의 호송을 받고 있다. (뉴질랜드 뉴스허브 화면 캡처, 모자이크 처리)


이씨는 법원이 “유죄냐, 무죄냐”라고 묻자 말을 하지 않고 고개만 저었다. 법원은 이씨가 무죄를 주장한 것으로 간주하고 공판을 이어갔다. 이씨는 직접 자신을 변호하겠다고 밝혔고 재판부는 로레인 스미스·크리스 윌킨슨-스미스 변호사를 대기 변호인으로 배치했다.

제프리 베닝 판사는 배심원단(남성 6명·여성 6명)에게 “피고인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는지도 판단해야 한다”며 “사실과 증거에만 근거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건의 발단과 체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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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자녀 살해 혐의를 받는 한국계 이모씨가 8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오클랜드 고등법원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BBC 뉴스 화면 캡처, 모자이크 처리)
두 자녀 살해 혐의를 받는 한국계 이모씨가 8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오클랜드 고등법원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BBC 뉴스 화면 캡처, 모자이크 처리)


검찰은 이씨가 2018년 6월 23일부터 7월 27일 사이에 당시 8세 딸과 6세 아들을 살해했다고 주장한다. 범행 후 이씨는 아이들의 시신을 여행 가방에 유기하고 한국으로 출국해 이름을 바꾸며 잠적했다.

2022년 8월 오클랜드 사우스 파파토에토에의 한 가족이 버려진 창고 물품을 경매에서 낙찰받았고 그 안에 있던 두 개의 가방에서 아이들의 유해를 발견했다.

뉴질랜드 경찰은 사건을 살인사건으로 규정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어 같은 해 9월 한국 경찰이 울산에서 이씨를 붙잡았다. 인터폴이 적색수배를 내린 상태였다. 뉴질랜드 당국은 11월 이씨를 송환해 구속했다.

재판 쟁점과 전망이씨는 2023년에도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원래 지난해에 재판이 예정됐지만 연기됐고 이번 재판은 약 4주간 진행된다. 검찰은 40명의 증인을 불러 범행 정황을 입증할 계획이다.

현지 언론 라디오 뉴질랜드(RNZ)는 이씨가 당시 복용하던 수면제가 사망 원인 규명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수사팀은 다른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다.

베닝 판사는 배심원단에 “이번 사건은 뉴질랜드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며 “감정에 치우치지 말고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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