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도 착시 현상에 속을까? [달콤한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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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수정 2025-10-24 10:30
입력 2025-10-2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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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그림의 가운데 있는 원은 오른쪽 가운데 원보다 작게 보인다. 그렇지만 가운데 원 크기는 둘 다 같다. ‘에빙하우스 착시’ 현상이다. 세부 사항에 집중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해석하려는 경향 때문에 발생한다. 그런데, 동물들 중에서도 사람과 똑같은 착시 현상을 가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위키피디아 제공
왼쪽 그림의 가운데 있는 원은 오른쪽 가운데 원보다 작게 보인다. 그렇지만 가운데 원 크기는 둘 다 같다. ‘에빙하우스 착시’ 현상이다. 세부 사항에 집중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해석하려는 경향 때문에 발생한다. 그런데, 동물들 중에서도 사람과 똑같은 착시 현상을 가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위키피디아 제공


똑같은 크기의 원을 가운데 두고 그 둘레를 한 쪽은 큰 원으로 둘러싸고, 다른 쪽은 작은 원으로 둘러싸게 그린 뒤, 가운데 원이 더 크게 보이는 쪽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작은 원으로 둘러싸인 원을 고른다. 바로 ‘에빙하우스 착시 현상’이다. 착시 현상은 우리의 지각이 외부 세계를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뇌가 만들어 내는 교묘한 구성물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대표적 사례다. 그렇다면 동물들도 사람처럼 착시 현상을 일으킬까.

오스트리아 빈 대학 행동·인지 생물학과, 빈 수의대 콘라드 로렌츠 동물학 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물고기와 새들도 착시 현상에 속는다고 24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심리 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최신 심리학’ 10월 20일 자에 실렸다.

심리학자와 뇌 과학자들이 착시 현상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뇌가 감각 정보를 어떻게 조합하는지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지각에 문제가 생기면 복잡한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 뇌가 사용하는 지름길과 전략을 파악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에빙하우스 착시는 특정 상황이나 장면에 관해 세부 사항에 집중하기 전에 전체적으로 해석하려는 ‘전체 처리’ 경향에서 나타난다. 문제는 모든 동물이 인간과 같은 감각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종(種)간 착시 현상을 비교함으로써 공통된 패턴은 진화적 뿌리가 같은지, 차이는 특정 생태적 틈새에 대한 적응을 드러내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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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에 그려진 동심원이 나선형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프레이저 착시’ 현상. 사람은 다양한 착시 현상을 겪는다. 착시는 뇌가 복잡한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이다.  위키피디아 제공
평면에 그려진 동심원이 나선형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프레이저 착시’ 현상. 사람은 다양한 착시 현상을 겪는다. 착시는 뇌가 복잡한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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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연구팀은 전혀 다른 시각 인식 체계를 가진 구피 물고기와 목도리 비둘기를 대상으로 착시 실험을 했다. 구피는 예측 불가능한 포식자로 가득한 열대 지역 얕은 개울에서 서식한다. 복잡한 환경에서는 단번에 상대적 크기를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목도리 비둘기는 땅에 흩어진 작은 씨앗을 쪼아먹는 데 시간을 보내는 새로, 전체 장면을 파악하기보다 정밀함과 미세한 세부 사항에 대한 주의력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에빙하우스 착시에서처럼 먹이를 원으로 사용했다. 또, 연구팀은 구피에게는 작은 원이나 큰 원으로 둘러싸인 배열 안에 먹이를 놓았고, 목도리 비둘기에게는 기장 씨앗을 유사한 배열로 제시했다.

그 결과, 구피는 사람처럼 일관되게 착시 현상에 속았다. 연구팀은 구피가 작은 원들에 둘러싸여 있는 먹잇감만 고르는 것을 관찰했다. 그러나 목도리 비둘기는 착시 현상을 보이는 개체가 있는가 하면,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비둘기들은 주변 맥락에 덜 영향을 받고 세부 사항에 집중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를 이끈 레오니다 푸사니 빈 대학 교수(동물 행동학)는 “이번 연구를 보면 지각은 현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적응하기 위한 방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착시 현상을 통해 인간은 뇌의 창의적 지름길을 파악할 수 있으며, 동물에게는 종의 생활 방식에 따라 생태적 압력이 지각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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