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만나러 북한 갈 수 있다”… 트럼프, 대북 제재 완화도 시사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허백윤 기자
수정 2025-10-28 00:15
입력 2025-10-28 00:15

회동 성사되면 30일 오후 가능성
도쿄행 비행기서 만남 의지 재강조

이미지 확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일본 도쿄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내에서 기자들에게 “김정은도 만나고 싶어 한다면 나는 기꺼이 만날 것”이라며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수 있고, 한국 체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쿠알라룸푸르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일본 도쿄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내에서 기자들에게 “김정은도 만나고 싶어 한다면 나는 기꺼이 만날 것”이라며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수 있고, 한국 체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쿠알라룸푸르 AFP 연합뉴스


6년 만에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갈 수도 있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깜짝 회동’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제재 해제까지 시사했다. 회동이 성사된다면 오는 30일 오후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러브콜’에도 북한은 27일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떠나 일본 도쿄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김 위원장과 만날 가능성에 대해 “김정은도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면 나는 기꺼이 만날 것”이라며 만남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가 만나고 싶어 하면 나는 한국에 있을 것”, “나는 한국에 있을 것이기 때문에 바로 그쪽으로 갈 수 있다”(I’ll be in South Korea, so I can be right over there)며 김 위원장이 화답하면 순방 일정을 연장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한국이 마지막 방문국이라 일정 연장이 “아주 쉬운 일”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그쪽으로’(over there)는 김 위원장이 있는 곳 또는 그와 회동할 수 있는 판문점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직접 판문점 이외 북한 지역에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1994년 지미 카터 전 대통령, 2009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 적은 있지만 현직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 이외 북한 지역을 찾은 사례는 없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대화)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무엇을 인센티브로 제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제재를 가하고 있는데 이건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 꽤 큰 사안”이라고 답해 대북 제재 완화를 시사하기도 했다.

이미지 확대
푸틴 만난 최선희… 트럼프의 북미회담 제안 거론 가능성
푸틴 만난 최선희… 트럼프의 북미회담 제안 거론 가능성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27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월 중국 베이징에서 가진 북러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베이징에서 양국 관계와 발전 전망에 관해 이야기했으며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최 외무상은 한국을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푸틴 대통령과 의견을 교환했을 가능성이 높다. 전날 모스크바에 도착한 최 외무상은 29일까지 러시아에 머물며 유라시아 안보 국제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모스크바 로이터 연합뉴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29~30일 일정으로 방한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오후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과의 회동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되는 지점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북미 회담의 실무를 맡아 왔던 케빈 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가 주한 미국대사대리로 임명됐다고 주한미국대사관이 이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희망하는 상황에서 김 대사대리의 임명 시기가 미묘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트럼프 1기 당시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을 지낸 케이티 맥팔런드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보수 성향 시사 채널 ‘뉴스맥스’의 ‘더 카운트’ 시사 토크쇼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항상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예상을 벗어난 일을 한다는 점”이라며 깜짝 회동 가능성을 높게 봤다. 다만 북한은 여전히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날 북한 노동신문은 ‘자력갱생의 위력을 더 높이 떨치자’는 제목의 1면 기사를 싣고 “우리가 갈 길은 오직 자력자강의 한길”이라며 주민들에게 외세에 의존하는 기대를 버리라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정부는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만약 북미 접촉이 이뤄지더라도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로 남북 사이에 선을 긋고 있어 정부가 관여할 여지는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오현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3차장은 이날 외신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북미 간의 회담은 일단 어떤 상황이든지 만나는 것 자체가 모든 것의 시작”이라며 “북미의 만남에 꼭 한국이 참여해야 한다고 이 대통령이 생각하고 있진 않다”고 밝혔다.

북미 회동에 기대를 걸고 있는 통일부는 또다시 “이번 APEC 계기가 북미 정상이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지난 24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북측이 판문점 북측 시설 일대에서 미화 작업을 했다고 공개했는데 이날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도 “지난 주말 북측 판문관 인근 지역에서 청소를 하는 모습이 식별됐다”고 전하며 북미 회동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런 가운데 미 전쟁부(옛 국방부)는 26일(현지시간) 피트 헤그세스 장관이 이번 주 초부터 하와이를 시작으로 일본, 말레이시아, 베트남, 한국 등 인도·태평양 지역 순방길에 오른다고 밝혔다. 한국에는 다음달 4일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계기로 방한할 예정으로 한국에 방위비 증액과 한국군 역할 확대 등을 촉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허백윤 기자·워싱턴 임주형 특파원
2025-10-28 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