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에게 직접 운영권… 마을주도형 ‘농산물산지유통센터’ 문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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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삼 기자
강동삼 기자
수정 2025-11-06 17:23
입력 2025-11-06 17:23

공동체 힘으로 일군 강정마을 APC 본격 가동
노지감귤 연간 약 1만t, 하루 최대 100t 처리 가능
비파괴 광센서 선별기 6조 라인·AI 영상 카메라 갖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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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강정마을에 농산물 산지유통센터가 6일 문을 열었다. 사진은 오영훈(왼쪽 두번째) 제주도지사가 개소식에 참석한 뒤 자동화시설을 둘러보는 모습. 제주도 제공
서귀포 강정마을에 농산물 산지유통센터가 6일 문을 열었다. 사진은 오영훈(왼쪽 두번째) 제주도지사가 개소식에 참석한 뒤 자동화시설을 둘러보는 모습. 제주도 제공


공동체의 이름으로 일군 서귀포 강정마을 ‘농산물 산지유통센터(APC)’가 문을 열었다.

제주도는 6일 총사업비 130억 원을 투입한 ‘APC’를 개장하고 마을 주민 주도로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주민이 직접 운영권을 쥐는 ‘마을 주도형 유통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강정마을 APC는 3층, 연면적 4295㎡ 규모로 2022년 착공해 올해 완공됐다.

시설 내부에는 비파괴 광센서 선별기 6조 라인(온주밀감 4조, 만감류 2조)과 인공지능(AI) 영상 카메라, 저온저장시설 등이 갖춰져 있다.

조생 온주밀감(노지 감귤) 출하 시기부터 본격 가동돼 연간 약 1만t, 하루 최대 100t의 감귤을 처리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감귤의 세척, 선별, 포장, 출하까지 모든 과정을 자동화해 품질 균일도를 높이고, 인력 의존도를 줄였다.

그동안 대부분의 농산물 유통시설이 조합이나 법인 중심으로 운영된 반면, 강정마을 APC는 주민이 직접 운영권을 가진다.

마을회가 시설 운영과 생산농가 조직화를 맡고, 협력업체인 농업회사법인 산지애가 브랜드 개발과 마케팅을 지원한다.

이날 개장식에 참석한 오영훈 제주지사는 “국가와 지방정부, 마을 간 신뢰 구축의 결실”이라며 “상생과 자립의 공동체 정신이 담긴 유통시설”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제주 1차 산업 조수익 5조 2000억원 중 감귤이 1조 3200억원을 차지했다”며 “강정마을 APC가 감귤 조수입 1조 5000억원 시대를 여는 선두주자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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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강정 농산물산지유통센터 개소식에서 관계자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서귀포 강정 농산물산지유통센터 개소식에서 관계자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전문가들은 이번 모델이 ‘농민 주도형 유통 전환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동안 농가가 대형 유통망과의 거래 구조 속에서 가격 결정권을 쥐지 못했던 현실을 감안하면, 마을 단위의 직접 유통은 새로운 시도로 평가된다.

특히 감귤의 출하 시기 조절과 품질별 맞춤 출하가 가능해져 시장 가격 안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강정마을 APC는 단순한 물류 거점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의 유통 허브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제주도가 운영 중인 ‘제주다(DA) 플랫폼’과 연계하면, 음성인식 농사일지나 생산 데이터 분석을 통해 맞춤형 경영이 가능하다.

즉, 생산·유통·판매 전 과정을 디지털화하는 ‘스마트 유통 생태계’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제주도 관계자는 “APC 운영 안정화를 위해 마을회와 협력업체 간 협업체계를 지원하고, 전문 인력 양성과 판로 개척에도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강정마을은 과거 해군기지 건설로 공동체 갈등의 상징이었던 곳. 그런 마을이 이제는 ‘주민 주도형 경제모델’을 통해 자립과 화합의 상징으로 거듭나고 있다.

한편 이날 개장식에는 오 지사와 이정엽 도의원, 김인호 해군 기동함대 사령관 등 지역 기관·단체장과 주민 300여명이 참석했다.

제주 강동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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