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마음으로 빚는 단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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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락 기자
수정 2025-11-10 00:51
입력 2025-11-1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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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개봉된 일본 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는 지금껏 잔잔한 감동이 가시지 않는 내 마음의 명작이다. 일본의 국민 여배우 기키 기린이 한쪽 눈을 실명하고 암투병 중에 열연하는 모습이 아직도 내 마음에 머물러 있다. 영화는 납작하게 구운 반죽 사이에 팥소를 넣어 만드는 전통 단팥빵 ‘도라야키’를 파는 작은 가게가 무대다. “단팥은 마음으로 만드는 거야”라며 도라야키를 만드는 할머니 역을 기키 기린이 맡았다.

단팥빵은 일본이 원조다. 동그란 모양에 팥과 설탕을 섞은 단팥소를 넣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국민 빵’이라 불릴 만큼 사랑을 받고 있다.

경주국립박물관에서 열리는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을 보고 왔다. 오랜 기다림 끝에 성사된 세기의 전시를 보고 달려간 곳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반했다는 황남빵집. 주문한 지 3시간 만에 찾은 빵 상자를 열어 보니 ‘1939년부터 전 공정을 손수 손으로만 빚어내는’이라고 쓴 경주시장의 추천사가 눈에 띈다. 금관 전시도 감동적이었지만 86년간 마음으로 빚어낸 경주의 단팥을 맛본 것도 오래 기억될 추억거리다.

이종락 상임고문
2025-11-1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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