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벌써 끝내, 이란 완전히 박살내라!”…휴전 공염불 [월드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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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수정 2025-06-25 07:15
입력 2025-06-24 17:24

휴전 합의 발표에도 이-이 미사일 공방
이스라엘 내부 불만…휴전 지속성 위태
이스라엘 국방 “테헤란 집중 공격하라”
네타냐후 정치생명 연장 도구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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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샤란 석유저장고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불길이 치솟고 있다. 2025.6.15 테헤란 로이터 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샤란 석유저장고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불길이 치솟고 있다. 2025.6.15 테헤란 로이터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권에 따라 이란과의 휴전에 합의했다고 밝히자, 이스라엘 내부에서 이대로 전쟁을 끝내선 안 된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국방장관 및 외무장관 출신으로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을 이끄는 아비그도르 리버만은 2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이스라엘군(IDF)과 모사드의 놀라운 군사적 성과에도, 이번 전쟁의 종지부는 씁쓸하고 불쾌하다”며 “이대로 휴전한다면 훨씬 더 불리한 전쟁이 터질 게 분명하다”라고 지적했다.

리버만은 “무조건적인 항복 대신 세계는 힘겹고 고된 협상 국면에 들어섰다. 아야톨라 하메네이 정권은 자국 내 우라늄 농축도, 탄도미사일 생산 및 배치도, 중동과 전 세계에서의 테러 지원 및 자금 제공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라고 했다.

이어 “나는 전쟁 초기부터 ‘상처 입은 사자를 내버려 두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없다’고 경고했다. 명확하고 단호한 합의 없이 휴전한다면 앞으로 2~3년 내에 훨씬 더 불리한 조건에서 또다시 전쟁을 맞이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라고 적었다.

리버만은 극우 성향이지만 2018년 네타냐후와 결별했다. 다만 네타냐후의 이번 대(對)이란 행보는 전적으로 지지했다.

앞서 그는 “네타냐후는 정말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이란에 대해 그는 옳은 일을 하고 있다”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12일 만에 나온 휴전 합의에 리버만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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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을 이끄는 아비그도르 리버만(맨 왼쪽) 전 국방장관이 22일(현지시간) 이란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텔아비브 인근 부촌 네스 지오나를 방문하고 있다. 2025.6.23 리버만 엑스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을 이끄는 아비그도르 리버만(맨 왼쪽) 전 국방장관이 22일(현지시간) 이란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텔아비브 인근 부촌 네스 지오나를 방문하고 있다. 2025.6.23 리버만 엑스


이스라엘 정치권, 성향 관계없이 이란 공격 지지
이란 공격 후 네타냐후 호감도 상승…생명 연장
사실 이스라엘 정치권은 이란 문제에 관한 한 성향과 관계없이 의견 일치를 이뤘다.

지난해 전쟁 내각에서 물러난 중도 성향의 베니 간츠 전 국방장관은 미국 CNN방송에 “이란 문제에 대해서는 우파도 좌파도 없다”며 “옳고 그름만 있으며, 우리가 맞다”라고 했다.

중도 우파 성향의 야당 예시 아티드당의 메이라브 코헨 의원도 “네타냐후가 정치적 상황 때문에 이번 공격을 선택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그것에는 관심 없다”며 “이것이 올바른 결정”이라고 했다.

이스라엘 국민 대다수도 이란 공격을 지지했다. 지난 15~16일 히브리대학교가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이란 공격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83%로 집계됐다.

여론이 이런 탓에 이번 휴전이 얼마나 지속될지에 관한 우려도 심심찮게 나온다.

네타냐후가 이란 문제를 이용해 정치생명을 연장하려 한다는 분석도 이런 우려를 짙게 한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의 이스라엘 전문 연구원인 니찬 페렐만은 AFP통신에 “전쟁은 네타냐후에게 매우 유용하다”며 “네타냐후는 언제나 그래왔듯 이란이라는 위협을 이용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2019년 사기와 배임,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되며 위기를 맞은 네타냐후는 가자전쟁 장기화로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여기에 군 징집 법안에 연정 파트너가 반대하면서 조기 총선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하지만 이번 이란 공격 후 여론은 네타냐후 쪽으로 기울었다.

지난 16일 이스라엘 채널14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1%가 네타냐후의 이란 공격을 ‘탁월하다’고 평가했으며, 37%가 이번 사태로 네타냐후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실제로 휴전 합의 발표 직후인 24일에도 양국은 미사일 공방을 이어갔고 이스라엘에서는 최소 4명, 이란에서는 최소 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후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자국군에 “(이란 수도) 테헤란 중심부의 (하메네이) 정권 표적 대한 집중 공격을 통해, 이란의 휴전 위반에 강력히 대응하라”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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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0일(현지시간)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레호보트 소재 와이즈만 과학연구소를 방문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2025.6.21 레호보트 AP 뉴시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0일(현지시간)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레호보트 소재 와이즈만 과학연구소를 방문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2025.6.21 레호보트 AP 뉴시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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