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없이 무슨 합의를…” 젤렌스키 “나도 미·러 정상회담 껴달라” [핫이슈]

박종익 기자
수정 2025-10-20 16:57
입력 2025-10-20 16:57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조만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릴 미·러 정상회담에 자신도 참여하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러 정상회담을 위해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갈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2주 안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예정대로 진행되면 지난 8월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이루어진 1차 미·러 정상회담에 이은 두 번째 대면 회담이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여전히 푸틴 대통령을 테러리스트로 칭했지만 직접 만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진정으로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원한다면 양측 모두의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우리 없이, 우리에 대한 합의가 어떻게 있을 수 있겠는가”라고 강조했다. 곧 우크라이나전 종전을 논의하는 자리에 자신도 꼭 참석해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지만 실제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종식을 위해 러시아 압박을 더욱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푸틴은 하마스와 비슷하지만 더욱 강하다. 러시아군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기 때문에 더 많은 압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압력의 일부가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의 바람과는 반대로 우크라이나가 미국으로부터 토마호크를 지원받을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 17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토마호크 지원에 대한 기대를 품고 백악관을 찾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확답은 못 듣고 오히려 영토를 양보하라는 호통만 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백악관에서 열린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파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두 대통령은 여러 차례 고성이 오가는 언쟁을 벌였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훈계하며 거친 욕설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넘겨주라고 요구한 영토는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전체다.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했던 요구와 같다. 하루 전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도네츠크주를 완전히 넘겨받는 대가로 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 등 2개 주의 점령지 중 일부를 우크라이나에 되돌려주는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19일 밤 연설에서 “그런 일(영토 양보)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는 테러리스트(러시아)의 범죄에 대한 어떠한 현상금도 주지 않을 것이며 같은 입장에 있는 파트너 국가들의 지지를 기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종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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