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폭탄 실은 로봇 다가오자…러 병사 ‘항복’ 쓴 종이 내밀었다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5-10-21 15:29
입력 2025-10-21 15:29

우크라 지상드론, 폭탄 싣고 참호 돌진…‘인간 대신 로봇이 싸우는 전쟁’ 시작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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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병사가 ‘우리는 항복하고 싶다’고 손글씨로 적은 종이 조각을 내보이며 항복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사진 일부에 시각 효과를 적용해 인물을 강조함. 우크라이나 제3강습여단 영상 캡처, 워싱턴포스트
러시아 병사가 ‘우리는 항복하고 싶다’고 손글씨로 적은 종이 조각을 내보이며 항복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사진 일부에 시각 효과를 적용해 인물을 강조함. 우크라이나 제3강습여단 영상 캡처, 워싱턴포스트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 전선에서 러시아군 병사들이 폭발물을 실은 우크라이나의 원격조종 무인지상차량(UGV·지상드론)을 보고 항복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 제3강습여단이 6월에 수행한 작전을 영상과 인터뷰를 토대로 재구성해 보도했다.

러시아군은 수 주 동안 좁은 삼림지대의 참호선을 지키며 우크라이나의 연속적인 공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이번에 그들이 맞선 적은 인간이 아닌 약 63㎏의 폭발물을 실은 바퀴형 지상드론이었다.

러 병사, 참호 속에서 내민 종이 한 장…“항복하고 싶다”우크라이나 제3강습여단은 러시아군이 점령한 두 개의 요새형 진지를 되찾기 위해 여러 차례 공격했지만 실패했다. 감청을 통해 강습여단은 해당 진지를 방어하던 러시아 병력이 숙련된 부대이며 무인항공기(UAV·공중드론)를 이용해 식량과 탄약을 보급받으며 반격을 준비하고 있음을 파악했다.

이에 지상드론 부대 지휘관 블라디카(35)는 새로운 전략을 세웠다. 그는 “우리의 임무는 단순했다. 적이 숨은 기지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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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제3강습여단이 폭발물 약 63㎏을 실은 지상드론을 러시아군이 숨은 것으로 추정되는 진지 방향으로 보내고 있다. 제3강습여단이 공개한 영상 일부를 GIF로 제작, 2025년 6월. 우크라이나 제3강습여단 영상 캡처, 워싱턴포스트
우크라이나 제3강습여단이 폭발물 약 63㎏을 실은 지상드론을 러시아군이 숨은 것으로 추정되는 진지 방향으로 보내고 있다. 제3강습여단이 공개한 영상 일부를 GIF로 제작, 2025년 6월. 우크라이나 제3강습여단 영상 캡처, 워싱턴포스트


작전은 철저하게 준비됐다. 정찰용 공중드론이 상공에서 실시간 영상을 전송하자 조종사들은 그 영상을 보며 카메라가 없는 지상드론을 원격 조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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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물 약 63㎏을 실은 우크라이나의 지상드론이 목표 지점으로 접근하다 폭발하는 모습이 드론 영상에 포착됐다.  우크라이나 제3강습여단이 공개한 영상 일부를 GIF로 제작, 2025년 6월. 우크라이나 제3강습여단 영상 캡처, 워싱턴포스트
폭발물 약 63㎏을 실은 우크라이나의 지상드론이 목표 지점으로 접근하다 폭발하는 모습이 드론 영상에 포착됐다. 우크라이나 제3강습여단이 공개한 영상 일부를 GIF로 제작, 2025년 6월. 우크라이나 제3강습여단 영상 캡처, 워싱턴포스트


첫 단계에서 소형 공중드론이 러시아 진지 입구를 폭격했고 곧이어 대전차지뢰 3발을 실은 지상드론이 참호로 돌진해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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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에서 러시아 병사가 ‘우리는 항복하고 싶다’는 문구가 적힌 종잇조각을 손가락으로 가리킨 뒤, 상공의 드론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제3강습여단이 공개한 영상 일부를 GIF로 제작, 2025년 6월. 우크라이나 제3강습여단 영상 캡처, 워싱턴포스트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에서 러시아 병사가 ‘우리는 항복하고 싶다’는 문구가 적힌 종잇조각을 손가락으로 가리킨 뒤, 상공의 드론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제3강습여단이 공개한 영상 일부를 GIF로 제작, 2025년 6월. 우크라이나 제3강습여단 영상 캡처, 워싱턴포스트


폭발 후에도 움직임이 보이지 않자 두 번째 지상드론이 전진했다. 그때 한 러시아 병사가 “우리는 항복하고 싶다”는 문구가 손 글씨로 적힌 찢어진 종잇조각을 참호 입구로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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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병사 두 명이 손을 든 채 우크라이나 제3강습여단 병사의 지시에 따라 걸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제3강습여단이 공개한 영상 일부를 GIF로 제작, 2025년 6월. 우크라이나 제3강습여단 영상 캡처, 워싱턴포스트
러시아 병사 두 명이 손을 든 채 우크라이나 제3강습여단 병사의 지시에 따라 걸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제3강습여단이 공개한 영상 일부를 GIF로 제작, 2025년 6월. 우크라이나 제3강습여단 영상 캡처, 워싱턴포스트


상공의 정찰 드론은 기체를 기울여 신호를 보냈다. 병사는 그 지시에 따라 안전한 경로를 따라 움직였고 잠시 뒤 비무장 상태의 병사 2명이 참호에서 나와 우크라이나 진지 쪽으로 걸어갔다. 대기 중이던 우크라이나 병사들은 총을 겨누지 않고 이들을 포로로 받아들였다.

“단 한 명의 보병도 잃지 않았다”…새 전쟁의 얼굴작전을 지휘한 제3강습여단 지상드론 중대장 미콜라(26)는 “가장 큰 성과는 포로를 잡은 것이 아니라 단 한 명의 보병도 잃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이제 나는 인간의 희생으로 작전을 계산하지 않는다. 그래서 로봇을 지휘한다”고 말했다.

강습여단은 공중드론과 지상드론을 동시에 투입해 병력 손실 없이 하르키우주의 전략 거점을 되찾았다.

WP는 “이번 작전은 드론이 우크라이나 전장을 얼마나 빠르게 바꾸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하늘에서 시작된 전쟁의 혁명이 이제 지상으로 내려왔다”고 분석했다.

‘전장의 실험실’로 변한 우크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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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제3강습여단 산하 ‘UGV 스쿨’에서 제작된 궤도형 지상드론들이 시험장에 정렬돼 있다. 우크라이나 제3강습여단이 공개한 영상 캡처
우크라이나 제3강습여단 산하 ‘UGV 스쿨’에서 제작된 궤도형 지상드론들이 시험장에 정렬돼 있다. 우크라이나 제3강습여단이 공개한 영상 캡처


지상드론은 초기에는 탄약과 식량을 운반하거나 부상자를 후송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최근에는 직접 전투에 투입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원격조종 기관총을 탑재하거나 폭탄을 운반할 수 있는 모델을 잇달아 개발하고 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전선에서 지상드론이 수행한 임무는 8월보다 9월에 거의 두 배로 늘었으며 투입된 기종의 제작비는 약 1500달러(약 213만 원)에 불과했다. 이는 포병 한 발보다 훨씬 저렴하고 정확도도 높다.

WP는 “병력 열세 속에서도 우크라이나는 제한된 인력으로 전투를 이어가야 한다”며 “드론과 로봇 기술이 병력 대체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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