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명 단속에도 멈추지 않는 현대차…美 26조 투자 강행 이유는? [핫이슈]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5-10-21 13:47
입력 2025-10-21 13:47

트럼프 행정부 ICE 급습에도 美 확장 가속…조지아 시골 마을까지 ‘현대 웨이’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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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이 2025년 3월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준공식에서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와 함께 아이오닉 9 전기차에 서명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이 2025년 3월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준공식에서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와 함께 아이오닉 9 전기차에 서명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비자 문제를 이유로 지난달 조지아주 엘라벨의 현대자동차 공장 현장을 급습해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을 체포한 뒤에도 현대차그룹은 ‘미국 투자 확대’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미국에 총 260억 달러(약 36조95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며 이 가운데 27억 달러(약 3조8300억 원)가 엘라벨에 있는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로 확장에 투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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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 개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 개최 26일(현지시간)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Ellabell)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 HMGMA)’의 준공식을 개최했다. 사진은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경. 2025.3.27 (현대차그룹 제공)


이곳은 사바나에서 30분 거리, 2900에이커(약 355만 평) 규모의 초대형 전기차 생산 캠퍼스로 현대차가 ‘미국 내 제조 부활’의 상징으로 삼고 있는 핵심 프로젝트다.

ICE 급습 이후…“U·S·A가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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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과 사진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6일 이민세관단속국(ICE) 홈페이지에는 ‘ICE가 조지아주에서 불법 고용 및 연방 범죄를 대상으로 여러 기관과 합동 작전을 주도했다’는 제목의 언론 발표 자료가 올라와 있다. 사진은 미국 이민당국이 공개한 현대차-LG엔솔 이민단속 현장. 2025.9.7 연합뉴스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과 사진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6일 이민세관단속국(ICE) 홈페이지에는 ‘ICE가 조지아주에서 불법 고용 및 연방 범죄를 대상으로 여러 기관과 합동 작전을 주도했다’는 제목의 언론 발표 자료가 올라와 있다. 사진은 미국 이민당국이 공개한 현대차-LG엔솔 이민단속 현장. 2025.9.7 연합뉴스


지난달 초 ICE는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공동 건설 중인 배터리 공사 현장에서 비자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한국인 기술자 300여 명을 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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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9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이민단속 사건에 항의하는 시민이 서울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손팻말에는 ‘트럼프는 사과하라’라고 적혀 있다. AP 연합뉴스
2025년 9월 9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이민단속 사건에 항의하는 시민이 서울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손팻말에는 ‘트럼프는 사과하라’라고 적혀 있다. AP 연합뉴스


이 사건 이후 한국 내에서는 “현대차가 미국 투자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도 일었지만 현대차는 오히려 투자 확대 방침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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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겸 최고경영자(CEO)가 2025년 4월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뉴욕국제오토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겸 최고경영자(CEO)가 2025년 4월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뉴욕국제오토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대표이사는 지난달 18일 뉴욕에서 열린 투자자 행사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내 우선순위는 U-S-A”라며 “미국에서 성공하면 한국에도 회사에도 이롭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미 현대차그룹 매출의 27%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자 중국차의 진입이 사실상 봉쇄된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트럼프 시대의 복잡한 미국”…현대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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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Ellabell)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 HMGMA)’의 준공식을 개최했다. 사진은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경. 2025.3.27 (현대차그룹 제공)
26일(현지시간)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Ellabell)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 HMGMA)’의 준공식을 개최했다. 사진은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경. 2025.3.27 (현대차그룹 제공)


NYT는 “현대차의 엘라벨 투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미국 재산업화’ 구상과 궤를 같이하지만 이번 단속은 외국 투자도 정치적 변수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최근 미국 정부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 7500달러(약 1000만 원)를 중단하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차 생산 확대로 대응 중이다.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라며 강력히 지원하고 있다.

현대차는 2031년까지 8500개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으며 이미 3,200명이 근무 중이다.

“현대 웨이”로 바뀐 마을 풍경공장이 들어선 엘라벨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마을 중심 도로는 ‘현대 웨이’로 개명됐고 오래된 슈퍼마켓은 아시아 식료품점으로 바뀌었다. 한국어 간판의 인력사무소가 생겼고 주변에는 한국 부품업체들이 잇따라 공장을 짓고 있다.

조지아 일대에만 20여 개 현대차 협력업체가 신규 투자를 진행 중이며 일부는 인근 카운티로 진출해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되고 있다.

NYT는 “조지아의 시골 마을이 현대차로 인해 완전히 재편되고 있다”며 “공장을 싫어하는 주민도 있지만 지역 경제 활성화를 체감하는 주민도 많다”고 전했다.

“외국 회사지만 지역 일자리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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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Ellabell)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 HMGMA)’의 준공식을 개최했다. 사진은 HMGMA 차체 공장에서 아이오닉 5가 생산되는 모습. 2025.3.27 (현대차그룹 제공)
26일(현지시간)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Ellabell)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 HMGMA)’의 준공식을 개최했다. 사진은 HMGMA 차체 공장에서 아이오닉 5가 생산되는 모습. 2025.3.27 (현대차그룹 제공)


공장 설계와 초기 공사에는 한국 인력이 대거 투입됐지만 완공 후에는 80% 이상이 조지아·사바나 지역 주민 고용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현대차는 현지 직원을 한국으로 보내 기술과 기업 문화를 직접 배우게 하고 있으며 공장 내에서는 한국어 강좌·예절 교육·전통식 건배 연습까지 운영 중이다.

다만 일부 미국인 근로자들은 “한국어 중심의 사내 문화로 인해 승진 기회를 놓쳤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안전사고도 이어져 현재까지 4명이 사망하는 등 현장 관리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그래도 외국 회사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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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뉴욕국제오토쇼 기자간담회장에 현대자동차 로고가 걸려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2025년 4월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뉴욕국제오토쇼 기자간담회장에 현대자동차 로고가 걸려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NYT는 현지 주민 인터뷰를 통해 “현대차가 조지아에 뿌리내리려 하지만 여전히 ‘외국 기업’이라는 인식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한 주민은 “공장이 생긴 뒤 고향이 낯설어졌다”며 “그들의 자동차는 여전히 외국산일 뿐”이라고 말했다.

세계적 기업의 거대한 투자가 지역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지 엘라벨의 실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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