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총리가 목 조르며 폭행”…엡스타인 성범죄 피해자 사후 회고록 파문 [핫이슈]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5-10-22 15:53
입력 2025-10-22 15:34

“17세 때 엡스타인 통해 총리에게 성폭행당했다”…왕실 이어 정치권까지 충격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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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포일스 서점 직원이 제프리 엡스타인의 성범죄를 폭로했던 버지니아 주프레의 사후 회고록 ‘노바디스 걸’(Nobody’s Girl: A Memoir of Surviving Abuse and Fighting for Justice)을 진열하고 있다. 2025년 10월 21일(현지시간) 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런던의 포일스 서점 직원이 제프리 엡스타인의 성범죄를 폭로했던 버지니아 주프레의 사후 회고록 ‘노바디스 걸’(Nobody’s Girl: A Memoir of Surviving Abuse and Fighting for Justice)을 진열하고 있다. 2025년 10월 21일(현지시간) 로이터 연합뉴스


제프리 엡스타인 성범죄를 폭로한 미국 여성 버지니아 주프레가 생전에 완성한 회고록에서 자신이 17세이던 시절 한 ‘유명 총리’에게 잔혹하게 성폭행당했다고 폭로했다. 올해 4월 41세의 나이로 숨진 주프레의 책은 사후 출간돼 정치권과 왕실을 뒤흔들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사후 회고록 ‘노바디스 걸’(Nobody’s Girl: A Memoir of Surviving Abuse and Fighting for Justice)이 미국과 영국에서 공식 출간됐다. CNN은 하루 전 미국판을 사전 입수해 주요 내용을 보도했다.

엡스타인 섬에서 벌어진 ‘총리 폭행’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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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도심에서 제프리 엡스타인의 성범죄를 폭로했던 버지니아 주프레의 사후 회고록 ‘노바디스 걸’(Nobody’s Girl: A Memoir of Surviving Abuse and Fighting for Justice)을 펼쳐 내부 사진이 보이게 든 모습. 이 책은 앤드루 왕자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 엡스타인 인맥을 다시 조명하며 2025년 10월 21일(현지시간) 영국에서 출간됐다. AFP 연합뉴스
영국 런던 도심에서 제프리 엡스타인의 성범죄를 폭로했던 버지니아 주프레의 사후 회고록 ‘노바디스 걸’(Nobody’s Girl: A Memoir of Surviving Abuse and Fighting for Justice)을 펼쳐 내부 사진이 보이게 든 모습. 이 책은 앤드루 왕자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 엡스타인 인맥을 다시 조명하며 2025년 10월 21일(현지시간) 영국에서 출간됐다. AFP 연합뉴스


CNN에 따르면 주프레는 “엡스타인과 그 측근들이 나를 수많은 부유하고 권력 있는 남성에게 넘겼다”며 “반복적으로 이용당하고 굴욕을 겪었고 때로는 목이 졸리고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고 썼다. 그는 “그때 나는 성노예로 죽을지도 모른다고 믿었다”고 덧붙였다.

주프레는 엡스타인의 카리브해 섬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엡스타인이 나를 그 남자에게 보냈고 그는 이전 누구보다 잔혹하게 나를 강간했다”면서 “그 남자는 내가 숨을 쉴 수 없을 때까지 목을 졸랐고 내가 그만하자고 애원하자 오히려 웃으며 더 흥분했다”고 기록했다.

그가 ‘그 남자’라고 지칭한 인물은 회고록 미국판에서 ‘유명 총리’(well-known Prime Minister), 영국판에서는 ‘전직 장관’(former minister)으로 표현됐다. CNN은 “국가나 이름은 명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변호인 “법 집행기관은 그 총리를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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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더 리드(The Lead)’ 인터뷰에 출연한 버지니아 주프레의 법률대리인 시그리드 맥컬리가 주프레의 사후 회고록 ‘노바디스 걸’에 담긴 새로운 증언과 엡스타인 측근들의 범행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5년 10월 21일(현지시간) CNN 방송 캡처.
CNN ‘더 리드(The Lead)’ 인터뷰에 출연한 버지니아 주프레의 법률대리인 시그리드 맥컬리가 주프레의 사후 회고록 ‘노바디스 걸’에 담긴 새로운 증언과 엡스타인 측근들의 범행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5년 10월 21일(현지시간) CNN 방송 캡처.


주프레의 변호인 시그리드 맥컬리는 21일 CNN ‘더 리드’ 인터뷰에서 “법 집행기관은 그 총리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버지니아는 처음부터 수사당국과 협력했고 자신이 겪은 모든 일을 전면 공개했다”며 “나는 그와 함께 조사에 참여했다. 수사기관이 그 정보를 모두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길레인 맥스웰이 유죄 판결을 받은 뒤에도 다른 가해자들이 책임을 지길 바랐다”며 “이 사건의 진실이 완전히 드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자팀, 온라인 악플러 고용 시도”…앤드루 왕자 의혹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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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앤드루 왕자(요크 공작)가 2023년 12월 25일(현지시간) 잉글랜드 샌드링엄의 세인트 메리 마그달렌 교회에서 열린 왕실의 성탄 예배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그는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관계가 재조명되자 2025년 10월 17일 요크 공작 작위를 포기했다. AFP 연합뉴스.
영국 앤드루 왕자(요크 공작)가 2023년 12월 25일(현지시간) 잉글랜드 샌드링엄의 세인트 메리 마그달렌 교회에서 열린 왕실의 성탄 예배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그는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관계가 재조명되자 2025년 10월 17일 요크 공작 작위를 포기했다. AFP 연합뉴스.


회고록에는 앤드루 왕자 관련 의혹도 다시 등장했다.

주프레는 “앤드루 왕자의 팀이 내가 민사소송을 제기했을 때 온라인 트롤(악플러)을 고용해 나를 괴롭히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왕자가 내 신뢰성을 끊임없이 공격했고, 결국 거액의 합의금을 지급하면서도 사과하지 않았다”고 썼다.

CBS뉴스에 따르면 주프레는 앤드루 왕자와 세 차례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그중 한 차례는 미성년 소녀 8명이 함께한 집단 성행위였다고 밝혔다. 또 “왕자가 소송 서류 송달을 피하려고 스코틀랜드의 발모럴 성으로 도피했다”고 적었다.

앤드루 왕자는 2022년 주프레와의 소송에서 금전 합의했으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요크 공작 작위를 비롯한 모든 왕족 훈작을 내려놓았다.

“마러라고서 트럼프와 인사”…새로운 회고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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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윈저성 외벽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성범죄 전력으로 사망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사진이 풍자 단체 ‘당키스’에 의해 투사되고 있다(왼쪽).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가 영국 국빈 방문을 위해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에 도착해 의전 인사의 영접을 받고 있다(오른쪽). 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윈저성 외벽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성범죄 전력으로 사망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사진이 풍자 단체 ‘당키스’에 의해 투사되고 있다(왼쪽).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가 영국 국빈 방문을 위해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에 도착해 의전 인사의 영접을 받고 있다(오른쪽). 로이터 연합뉴스


주프레는 엡스타인을 만나기 전에 당시 사업가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플로리다 리조트 마러라고에서 일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버지가 그곳의 정비기사로 일했고 트럼프는 나에게 ‘여기서 일하게 돼 기쁘다’며 친절하게 인사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가족 단위 투숙객들의 보모 일을 할 수 있는지 물었지만 그와 부적절한 일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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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도심에서 제프리 엡스타인의 성범죄를 폭로했던 버지니아 주프레의 사후 회고록 ‘노바디스 걸’(Nobody’s Girl: A Memoir of Surviving Abuse and Fighting for Justice)을 펼쳐 내부 사진이 보이게 든 모습. 이 책은 앤드루 왕자의 몰락을 불러온 주프레의 폭로와 함께 엡스타인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도 다시 조명하고 있다. 2025년 10월 21일(현지시간) AFP 연합뉴스
영국 런던 도심에서 제프리 엡스타인의 성범죄를 폭로했던 버지니아 주프레의 사후 회고록 ‘노바디스 걸’(Nobody’s Girl: A Memoir of Surviving Abuse and Fighting for Justice)을 펼쳐 내부 사진이 보이게 든 모습. 이 책은 앤드루 왕자의 몰락을 불러온 주프레의 폭로와 함께 엡스타인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도 다시 조명하고 있다. 2025년 10월 21일(현지시간) AFP 연합뉴스


당시 마러라고에서 엡스타인의 연인 길레인 맥스웰을 처음 만난 것이 자신의 인생을 바꾼 계기였다고 했다. 맥스웰은 2021년 미국 법원에서 아동 성매매 공모 등 혐의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엡스타인은 2019년 수감 중 사망했다.

“총리·주지사·상원의원까지”…정치권 전반으로 번진 의혹피플지는 주프레가 회고록에서 “서부 지역 주지사 후보로 곧 당선될 남자와 전직 미국 상원의원에게도 성적으로 이용당했다”고 썼다고 보도했다.

그는 과거 법정 증언에서 “뉴멕시코 주지사 출신 빌 리처드슨과 전 메인주 상원의원 조지 미첼을 지목했다”고 말했다. 또 “길레인 맥스웰이 유명 인사들과의 친분을 자랑하며 특히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통화할 수 있다는 점을 즐겨 말했다”고 적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엡스타인과의 연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피해자가 부끄럽지 않은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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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한 서점에서 진열·판매 중인 버지니아 주프레의 사후 회고록 ‘노바디스 걸’(Nobody’s Girl). 주프레는 제프리 엡스타인의 성범죄를 폭로한 인물로, 지난 4월 41세의 나이로 숨진 지 6개월 만에 이 책이 출간됐다. 2025년 10월 21일(현지시간) AP 연합뉴스
영국 런던의 한 서점에서 진열·판매 중인 버지니아 주프레의 사후 회고록 ‘노바디스 걸’(Nobody’s Girl). 주프레는 제프리 엡스타인의 성범죄를 폭로한 인물로, 지난 4월 41세의 나이로 숨진 지 6개월 만에 이 책이 출간됐다. 2025년 10월 21일(현지시간) AP 연합뉴스


로이터통신은 “21일 런던에서 회고록 판매가 시작되자 왕실과 정치권 모두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주프레는 책 마지막에서 “엡스타인의 주변 인사들은 그가 무엇을 하는지 몰랐다고 말하지만 모두 알고 있었다”며 “권력자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썼다.

그는 “이 책이 단 한 사람이라도 상처에서 벗어나게 돕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며 “피해자가 부끄럽지 않은 세상을 바란다”고 남겼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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