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처럼 떠오르고 혼자 싸운다”…美 AI 전투 드론 ‘엑스밧’ 첫 공개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5-10-22 21:07
입력 2025-10-22 17:23

‘가오리형’ 스텔스 설계에 AI 자율비행 결합
미 공군 로열 윙맨 시장 겨냥…생산 단가 5세대기의 10분의 1
2028년 완전 임무 비행 목표로 개발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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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기 아래 전시된 차세대 전투 드론 ‘엑스밧’ 모형. 실드AI가 개발 중인 이 스텔스 드론은 제트엔진 기반 수직이착륙(VTOL) 구조와 인공지능(AI) 자율비행 기술을 결합했다. 사진=실드AI
미국 국기 아래 전시된 차세대 전투 드론 ‘엑스밧’ 모형. 실드AI가 개발 중인 이 스텔스 드론은 제트엔진 기반 수직이착륙(VTOL) 구조와 인공지능(AI) 자율비행 기술을 결합했다. 사진=실드AI


인공지능(AI)이 조종하는 차세대 무인 전투기(전투 드론)가 미국에서 베일을 벗었다. 미 방산업체 실드AI는 21일(현지시간) ‘하이브마인드’라는 AI가 조종하는 전투 드론 ‘엑스밧’(X-BAT)을 공개했다. 엑스밧은 활주로 없이 수직으로 이·착륙하는 테일시터(수직이착륙형) 구조의 스텔스 기체로 장거리 작전과 분산 운용을 전면에 내세웠다. 회사는 2026년 수직이착륙 시연, 2028년 ‘완전 임무’ 비행을 거쳐 2029년부터 생산에 들어간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가오리형’ 플라잉윙 설계…활주로 없이 뜨는 스텔스 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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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기 아래 전시된 차세대 전투 드론 ‘엑스밧’ 모형. 출시 트레일러 위에 설치된 형태로, 왼쪽에는 실드AI의 기존 수직이착륙 드론 ‘브이밧’이 함께 보인다. 사진=실드AI
미국 국기 아래 전시된 차세대 전투 드론 ‘엑스밧’ 모형. 출시 트레일러 위에 설치된 형태로, 왼쪽에는 실드AI의 기존 수직이착륙 드론 ‘브이밧’이 함께 보인다. 사진=실드AI


엑스밧은 전면이 삼각형 형태로 꺾인 ‘크랭크드 카이트’(cranked-kite) 형상으로, 거대한 가오리를 연상시키는 플라잉윙(날개일체형) 구조다.

기체 길이는 약 8m, 날개폭은 12m, 높이는 1.4m로 단일 제트엔진을 탑재했으며 항속거리는 3700㎞ 이상, 실용상승고도는 약 15㎞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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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밧의 단일 제트엔진이 ‘대시 속도’ 구간에서 최대 추력을 내는 장면. 고출력 추력편향 노즐을 통해 단시간에 최고 속도에 도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상=실드AI
엑스밧의 단일 제트엔진이 ‘대시 속도’ 구간에서 최대 추력을 내는 장면. 고출력 추력편향 노즐을 통해 단시간에 최고 속도에 도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상=실드AI


마하 0.3~0.8(시속 약 367~979㎞)의 고아음속 순항이 가능하며 내부 무장창 2개와 외부 장착대를 통해 공대공·대함·전자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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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영상 속 엑스밧 전투 드론이 내부 무장창을 열고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장거리 대함미사일, 전자전 장비를 탑재한 장면. 활주로 없이 수직 이착륙하는 AI 자율 스텔스 드론의 작전 구상을 보여준다. 영상=실드AI
공개 영상 속 엑스밧 전투 드론이 내부 무장창을 열고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장거리 대함미사일, 전자전 장비를 탑재한 장면. 활주로 없이 수직 이착륙하는 AI 자율 스텔스 드론의 작전 구상을 보여준다. 영상=실드AI


공개된 영상에는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장거리 대함미사일, 전자전 장비를 장착한 장면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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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드AI 항공부문 책임자 아머 해리스가 다수의 수직이착륙 드론 ‘브이밧’ 기체 앞에 서 있다. 브이밧은 미 해군과 해안경비대가 운용 중인 드론으로, 엑스밧 개발의 기반이 된 모델이다. 사진=실드AI
실드AI 항공부문 책임자 아머 해리스가 다수의 수직이착륙 드론 ‘브이밧’ 기체 앞에 서 있다. 브이밧은 미 해군과 해안경비대가 운용 중인 드론으로, 엑스밧 개발의 기반이 된 모델이다. 사진=실드AI


아머 해리스 실드AI 항공부문 책임자는 미 군사 매체 워존(TWZ)과의 인터뷰에서 “엑스밧은 활주로 의존도를 없애고 장거리 작전, 다목적 임무, 그리고 자율 운용 능력을 동시에 구현한 플랫폼”이라며 “활주로 타격이나 공중급유 의존 문제를 수직이착륙 기술로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단일 제트엔진과 3차원 추력편향 노즐을 이용해 로켓처럼 수직 이륙하고, 착륙 시에는 연료를 소모한 상태에서 저출력으로 내려앉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해리스는 이어 “엑스밧은 통신이 끊기는 상황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필요 시 다른 전력과 협업하거나 단독으로 작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드AI는 이를 위해 전용 이동식 발진·회수 장비를 개발해 활주로가 없는 해상이나 전진기지에서도 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로열 윙맨’ 시장의 판도 바꿀 잠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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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기 아래 세워진 차세대 전투 드론 ‘엑스밧’ 모형. 실드AI가 개발 중인 이 스텔스 드론은 제트엔진 기반 수직이착륙(VTOL) 기능과 인공지능(AI) 자율비행 시스템을 결합했으며, 이동식 트레일러에서 직접 이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사진=실드AI
미국 국기 아래 세워진 차세대 전투 드론 ‘엑스밧’ 모형. 실드AI가 개발 중인 이 스텔스 드론은 제트엔진 기반 수직이착륙(VTOL) 기능과 인공지능(AI) 자율비행 시스템을 결합했으며, 이동식 트레일러에서 직접 이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사진=실드AI


엑스밧의 목표 가격은 2000만~3000만 달러(약 286억~429억 원) 수준으로 미 공군이 추진 중인 협동 전투 무인기(로열 윙맨) 사업과 비슷한 범주다.

실드AI는 엑스밧을 AI 자율비행 소프트웨어 하이브마인드와 결합한 통합 전투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또한 모듈형 개방형 임무체계(Open Mission System)를 적용해 무장과 센서 장비를 손쉽게 교체·확장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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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밧 내부에서 인공지능(AI) 자율비행 시스템 ‘하이브마인드’가 구동되는 과정을 시각화한 장면. 기체 전체에 연결된 신경망 형태의 데이터 흐름이 완전 자율 운용(Full Autonomy) 구조를 상징한다. 영상=실드AI
엑스밧 내부에서 인공지능(AI) 자율비행 시스템 ‘하이브마인드’가 구동되는 과정을 시각화한 장면. 기체 전체에 연결된 신경망 형태의 데이터 흐름이 완전 자율 운용(Full Autonomy) 구조를 상징한다. 영상=실드AI


이번 공개는 실드AI가 핵심 기술인 자율비행 소프트웨어 하이브마인드를 기반으로 기체 제작까지 직접 확장하는 전략의 일환이다.

하이브마인드는 이미 여러 군용기에서 자율비행을 수행한 바 있으며 회사는 해안경비대와 해군이 운용 중인 소형 수직이착륙 드론 ‘브이밧’(V-BAT)의 운용 경험을 엑스밧 개발에 반영하고 있다.

실드AI 관계자는 “엑스밧은 전통적인 전투기보다 운용 비용이 훨씬 저렴하며 분산 배치와 자율비행을 통해 생존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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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밧 전투 드론이 수직으로 착륙하는 장면. 단일 제트엔진의 추력편향(벡터링) 기술을 활용해 연료를 소모한 저출력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하강·착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상=실드AI
엑스밧 전투 드론이 수직으로 착륙하는 장면. 단일 제트엔진의 추력편향(벡터링) 기술을 활용해 연료를 소모한 저출력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하강·착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상=실드AI


업계에서는 엑스밧이 로열 윙맨 시장의 판도를 바꿀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활주로에 구속되지 않는 기동성과 장거리 작전 능력, 그리고 완전한 자율 운용을 결합한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고출력 단발 엔진의 열 신호 관리, 해상·지상 통제체계 통합, 자율 무기 운용의 윤리적 기준 정립 등은 향후 검증이 필요한 과제로 지적된다.

실드AI는 올해 3월 2억4000만 달러(약 3436억 원)를 추가 유치해 기업가치 53억 달러(약 7조5885억 원)를 달성했다. 회사는 확보한 자금을 엑스밧 개발과 ‘하이브마인드 엔터프라이즈’(통합 운영 플랫폼) 확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엑스밧은 실드AI의 최대 규모 공중 플랫폼이자 로열 윙맨 시장으로의 본격 진입”이라고 평가했다.

워존은 “엑스밧은 장거리 비행과 수직 운용을 결합한 세계 최초의 완전 자율 전투기”라며 “생산 단가를 기존 5세대 전투기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출 경우 향후 미 해·공군 전력 운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잠재력을 지닌다”고 분석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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