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오바마ㆍ부시 초상화 구석에 치워라”

최영권 기자
수정 2025-08-11 23:50
입력 2025-08-11 23:50
잘 보이는 곳 전임자 배치 관행 깨
언론 “정적 모독하는 행위 연장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입구에 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치우라고 지시했다고 CNN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초상화가 있던 자리는 백악관 주요 행사 때마다 자연스레 부각되고 관광객들 눈에도 잘 보이는 곳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그의 초상화는 대통령 사저 입구 근처 계단 중간에 놓였다. 이 자리는 대통령 가족, 경호원, 사저 직원들만 접근할 수 있어 사람들의 눈에 거의 띄지 않는 곳이다. 전임 대통령인 조 바이든의 초상화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전임자 초상화를 백악관에서 가장 잘 보이는 입구에 배치하는 것은 현직 대통령들의 관행이었다”며 “이번 초상화 재배치는 자신이 공개적으로 지목하는 정적들을 모독하는 행위의 연장선”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전 부동산업자, 방송인이던 시절부터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보였다. 최근엔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6년 대통령선거 때 반역을 저질렀다는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팸 본디 미 법무장관은 최근 오바마 행정부 고위 관리들이 ‘러시아가 2016년 대선에 개입했다’는 허위 정보를 생산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그의 부친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 등 다른 정적들의 초상화도 잘 보이지 않는 계단 구역으로 옮기라고 지시했다. 아버지 부시는 2018년 별세 전 자서전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허풍쟁이’로 불렀고, 2016년 대선에서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지지했다. 아들 부시도 트럼프 대통령을 ‘실패하고 영감을 주지 못하는 대통령’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최영권 기자
2025-08-1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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