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스페인, 사회 갈등 해소 위한 식인풍습 있었다 [달콤한 사이언스]

유용하 기자
수정 2025-08-12 14:00
입력 2025-08-12 14:00

스페인 IPHES 제공
현재 인류 문화권에서 식인 행위는 거의 사라졌다. 그렇지만 고대 인류 사회에서는 종교적 제의나 문화적 맥락 또는 전쟁 직후 적에게 경고를 보내는 차원에서 식인 행위가 종종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고고학자들이 발굴한 인류의 식인 흔적도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페인 카탈루냐 인간 고생태학 및 사회 진화 연구소(IPHES), 로비라 이 비르길리대, 마드리드 국립 자연사 박물관 고생물학과, 마드리드 자치대 생물학과, 고대 근동 연구소, 국립 인간 진화 연구센터, 네덜란드 라이덴대 고고학과 공동 연구팀은 고대 스페인 지역에서도 식인 행위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8월 8일 자에 실렸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있는 이베리아반도에는 공동 매장이나 사망 후 유해 재분배 등 다양한 장례 관행에 대한 기록이 있다. 약 100만 년 전 식인 행위를 의미하는 기록도 남아있지만, 직접적인 증거는 거의 발견되지 않아 실제 식인 행위가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었다.
연구팀은 스페인 부르고스 시에라 데 아타푸에르카 지역에 있는 엘 미라도르 동굴 두 곳에서 발굴된 약 11명의 유해를 분석했다. 유해는 약 5709년 전부터 5573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며, 650개의 유골 조각으로 나뉘어 있었고, 어린이, 청소년, 성인 등 나이대와 성별은 다양했다. 연구팀은 동위원소 분석 결과, 유해의 주인들은 지역 주민으로 밝혀졌고, 222개 조각에서는 화장과 관련한 색 변화가 나타났고, 이 중 69개에서는 사람의 이빨 자국을 비롯해 사후에 처리된 도살 흔적이 남아있었다. 또 132개의 뼈에서는 베기, 긁기, 자르기 등 절단 흔적이 발견됐다. 이는 가죽을 벗기거나 살점을 제거하는 것과 관련된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들 외상은 사망 이후에 생긴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를 이끈 안토니오 로드리게즈 히달고 IPHES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쟁과 같은 충돌로 인한 부상이나 종교적 의미에서 살아있을 때 제물로 바쳐진 것은 분명히 아니다”라며 “신석기 시대 공동체의 특징 중 하나인 사회적 긴장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사후 식인 풍습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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