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마음 사로잡은 ‘신라금관’…제작자 “40년 만들다보니 이런 날도”

민경석 기자
                                수정 2025-10-31 10:36
                                        입력 2025-10-31 10:01
                                    금속 공예 장인 김진배 씨
부친 이어 40년 째 금속공예 외길
“외교부 주문으로 20여 일 만에 제작”
“처음엔 트럼프 선물 인줄 몰라”
                    
 
                
                ‘신라금관으로 트럼프의 마음을 샀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바라본 외신의 평가다. 한미 관세협상 타결의 숨은 공신 역할을 한 신라 천마총 금관 모형을 제작한 장인(匠人) 김진배(63)씨는 “개인적으로는 영광이고 얼떨떨하기도 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주 하동 민속공예촌에서 ‘삼선방’ 공방을 운영하는 김씨는 31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선물인지도 몰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가 외교부로부터 금관 모형 제작을 의뢰받은 건 지난 10일. 외교부 관계자는 김씨에게 “APEC에서 VIP에게 전달할 선물을 제작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신라시대 금관 중에서도 천마총 금관을 콕 집어 주문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주문을 받자마자 도금한 동판을 일일이 잘라 머리띠와 ‘출(出)’자 모양 장식을 손수 만들었다. 동그란 장식 380여 개와 곡옥 58개도 수작업으로 만들었다. 통상 한 달가량 제작 시간이 걸리지만, 촉박한 일정 탓에 아들 준연(34)씨와 함께 하루 10시간씩 금관 제작에 몰두했고 20일 만에 제작을 마쳤다. 그는 “동판을 두드려서 얇게 펴고 장식과 곡옥에 도금 철사를 끼워 본체에 고정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며 “미리 장식을 만들어 둔 데다, 아들의 도움이 있어 가능했다”고 했다.
그는 금속공예 명장인 아버지 고(故) 김인태씨에 이어 40여 년 동안 금속공예 외길을 걸어왔고 이제는 아들에게 이어져 3대째 가업이 이어지고 있다. 김씨는 그간 신라금관을 비롯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무령왕 금제관식 등을 제작했다. 특히, 100여 개가 넘는 금관 모형을 제작해왔지만, 다른 나라 국가 원수에게 선물할 금관을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한다.
김씨는 “내가 만든 금관이 나중에 누구에게 선물 됐을지는모르겠지만, 주로 일반적인 선물용이나 실습용 등으로 금관을 제작해왔다”며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금관을 보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나도 뿌듯하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9일 이 대통령으로부터 금관 모형을 선물 받은 뒤 “너무 아름답다. 정말 특별하다”며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당초 정부는 금관 모형과 무궁화 대훈장을 재포장해 각국 외교공관이 본국과 외교 서류나 장비를 주고받을 때 사용하는 외교행낭으로 보낼 예정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금관과 훈장을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실으라고 직접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천마총 금관은 신라 22대 왕인 지증왕이 썼던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까지 전해지는 신라시대 금관 6개 중에서도 가장 크고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다. 높이가 32.5㎝, 머리띠 둘레가 63㎝에 이르는 대관(大冠)이다.
경주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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