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목걸이 실체 파고든 특검 “김건희 허위진술·증거인멸 규명”
‘金에 나토 목걸이 전달’ 회장 자수서특검, 반클리프 진품·가품 증거 제출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구속 여부를 결정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12일 열렸다. 김 여사는 영부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구속 심사대에 섰다. 특히 이날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은 김 여사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순방 당시 착용한 6000만원 상당의 반클리프아펠 목걸이에 대해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김 여사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했다”며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김 여사 측은 4시간 넘는 심문에서 약 80페이지 분량의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준비해 혐의를 적극 부인하며 구속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오전 10시 10분부터 오후 2시 35분까지 4시간 25분간 심문을 진행했다. 지난달 9일 같은 법정인 321호에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6시간 40분보다는 짧았다.
김 여사는 지난 6일 특검 조사 당시 착용했던 복장과 같은 흰색 셔츠에 검은색 치마 정장 차림으로 오전 9시 26분쯤 서울중앙지법 서관 후문을 통해 출석했다. 지난 조사 당시 언급했던 “아무것도 아닌 사람의 의미가 뭔가” 등의 취재진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김 여사는 법원 검색대 앞에서 잠시 취재진을 향해 고개를 숙인 뒤 법정으로 향했다.
특검에서는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은 유정화·최지우·채명성 변호사가 참석했다.
특검은 서희건설 회장의 자수서와 함께 반클리프아펠 목걸이 진품과 가품을 모두 제시하며 김 여사 진술의 허위 가능성을 강조했다. 두 차례에 걸쳐 법원에 제출한 총 847쪽 분량의 구속 의견서에도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고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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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희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김 여사가 취임 직후 서희건설로부터 목걸이를 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것이 분명함에도 조사 과정에서 해당 목걸이가 가품이라 진술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동일한 모델의 가품이 발견된 과정도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며 “김 여사 관련자들의 수사 방해와 증거인멸 경위를 명확하게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은 서희건설 측이 순방 이후 김 여사로부터 진품 목걸이를 되돌려받은 뒤 보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 특검보는 “다시 돌려준 목걸이를 뇌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반환 시점이 다수 언론에서 문제가 된 이후 시점”이라면서 “(재산신고 누락) 고발장이 2022년 9월 제출됐는데 이 이후에 돌려받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김 여사는 심문에서 이번 수사에 대한 소회만 짧게 언급했다고 한다.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과의 결혼 전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수사를 받는 것에 대한 심경과 자신의 상황을 잘 받아들여 달라는 취지로 한두 문장 정도만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 측은 특검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했으며 도주할 이유가 없고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없다는 점을 부각했다. 아울러 김 여사의 건강이 좋지 않은 점도 강조했다. 이날 변호인단은 PPT 자료 외에도 변호인 의견서 60여쪽, 참고자료 20여쪽, 김 여사의 병원 진단서 등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문이 종료된 이후 약 25분 만에 법원에서 퇴장한 김 여사는 말없이 법무부가 준비한 호송차에 올랐다. 김 여사는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서울남부구치소로 이동해 구인 피의자 거실에서 결과를 기다렸다.
한편 특검은 김건희 여사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를 이날 오후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에서 조사했다. 이른바 ‘집사게이트’의 핵심 인물로 알려진 김씨는 김 여사와의 친분을 앞세워 렌터카업체 IMS모빌리티가 2023년 카카오모빌리티, 신한은행, HS효성 등으로부터 184억원을 부당하게 투자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IMS모빌리티 설립에 참여한 김씨는 의혹이 커지자 지난 4월 베트남으로 출국해 특검의 출석 요구에 불응해 왔다.
박재홍·고혜지·백서연 기자
2025-08-1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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