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공사 인부로 위장한 4인조, 루브르서 7분 만에 왕실 보석 훔쳐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5-10-20 11:26
입력 2025-10-20 11:26

형광 조끼 입고 전기톱 든 채 사다리차로 2층 창문 침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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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내 ‘아폴론 갤러리’에서 형광 조끼를 입은 남성이 진열장 앞에 서 있는 모습. 현지 방송 BFM TV가 공개한 영상 갈무리.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내 ‘아폴론 갤러리’에서 형광 조끼를 입은 남성이 진열장 앞에 서 있는 모습. 현지 방송 BFM TV가 공개한 영상 갈무리.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19일(현지시간) 오전 9시30분쯤 4인조 도둑이 사다리차를 이용해 2층 창문을 부수고 들어가 프랑스 왕실 보석 8점을 훔쳤다. 범행은 불과 7분 만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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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절도 사건 현장에서 감식 요원들이 도둑들이 침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창문을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프랑스 왕실 보석 8점이 도난당했다. 2025년 10월 19일. 로이터 연합뉴스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절도 사건 현장에서 감식 요원들이 도둑들이 침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창문을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프랑스 왕실 보석 8점이 도난당했다. 2025년 10월 19일. 로이터 연합뉴스


로이터통신은 범인들이 직접 가져온 사다리차를 센강 변 외벽에 세워 창문을 절단한 뒤 ‘아폴론 갤러리’에 침입했다고 보도했다. 범행에는 전기톱이 사용됐으며 내부 진열장 두 곳이 파손됐다. 당시 박물관은 이미 개장해 관람객이 입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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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내 ‘아폴론 갤러리’에서 형광 조끼를 입은 남성이 진열장 앞에 서 있는 모습. 현지 방송 BFM TV가 공개한 영상.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내 ‘아폴론 갤러리’에서 형광 조끼를 입은 남성이 진열장 앞에 서 있는 모습. 현지 방송 BFM TV가 공개한 영상.


프랑스 방송 BFM TV가 공개한 영상에는 형광 안전조끼를 입은 남성이 전기톱으로 유리 진열장을 절단하며 불꽃이 튀는 장면이 담겼다. 현지 언론들은 “공사 인부로 위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빠른 손놀림으로 보석을 꺼내 들었고, 경보가 울리자 곧바로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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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외벽에서 경찰관들이 도둑들이 침입에 사용한 사다리차 옆을 지키고 있다. 2025년 10월 19일 오전, 4인조가 이 차량을 이용해 박물관 2층 창문을 통해 침입한 뒤 보석을 훔쳐 달아났다. AFP 연합뉴스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외벽에서 경찰관들이 도둑들이 침입에 사용한 사다리차 옆을 지키고 있다. 2025년 10월 19일 오전, 4인조가 이 차량을 이용해 박물관 2층 창문을 통해 침입한 뒤 보석을 훔쳐 달아났다. AFP 연합뉴스


도둑 4명은 스쿠터 두 대에 두 명씩 나눠 타고 도주했으며 이 중 한 대는 루브르 인근 골목에서 버려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형광 조끼, 전기톱, 장갑, 무전기 등을 수거했고, 범인들이 사용한 사다리차에 불을 지르려 한 흔적도 확인했다.

“외제니 황후의 왕관 파손 회수…피해품 대부분 19세기 제정기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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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1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아폴론 갤러리’에 전시된 마리 아멜리 왕비와 오르탕스 왕비의 사파이어 보석 세트. 티아라, 목걸이, 귀걸이로 구성된 이 세트는 2025년 10월 19일 발생한 루브르 박물관 절도 사건 당시 도난당한 왕실 보석 중 일부다. AFP 연합뉴스
2020년 1월 1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아폴론 갤러리’에 전시된 마리 아멜리 왕비와 오르탕스 왕비의 사파이어 보석 세트. 티아라, 목걸이, 귀걸이로 구성된 이 세트는 2025년 10월 19일 발생한 루브르 박물관 절도 사건 당시 도난당한 왕실 보석 중 일부다. AFP 연합뉴스


AP통신은 도난품이 대부분 19세기 제정기 황후들의 보석이라고 전했다. 외제니 황후의 티아라와 대형 브로치, 마리 루이즈 황후의 에메랄드 목걸이·귀걸이, 마리 아멜리·오르탕스 왕비의 사파이어 세트, 성유물 브로치가 포함됐다.

도난된 9점 중 1점은 외제니 황후의 왕관으로, 도주 중 떨어져 파손된 채 회수됐다. 이 왕관은 다이아몬드 1354개와 에메랄드 56개로 장식돼 있으며 루브르에서도 가장 귀중한 전시품 가운데 하나다.

조직범죄 가능성에 무게…정밀 계획된 7분로이터통신은 파리 검찰이 이번 사건을 전문 조직범죄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수사는 문화재 절도 전담반(BRB)이 맡았다. 경찰은 “사전에 치밀한 정찰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범인들이 사용한 전기톱과 사다리차, 스쿠터 이동 동선 등을 감안하면 “군사 작전 수준의 계획 범죄”라는 평가도 나온다.

“보안 구멍 드러나”…루브르 인력 감축 논란 재점화프랑스24는 이번 사건이 루브르의 보안 취약점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최근 몇 년간 인력 감축과 관람객 과밀로 보안 인력이 부족하다는 내부 비판이 이어졌다.

노조는 “15년 동안 정규직 200명이 줄었다”며 “물리적 감시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 초부터 루브르 현대화 사업을 추진 중이며, 신형 CCTV와 통합 관제 시스템을 포함한 보안 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마크롱 “유산에 대한 공격”…“범인 법정 세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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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25년 10월 17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외빈을 맞이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25년 10월 17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외빈을 맞이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엑스(X)에 “루브르 절도 사건은 우리 역사이자 유산에 대한 공격”이라며 “작품을 반드시 되찾고 범인을 법정에 세우겠다”고 밝혔다.

극우 국민연합(RN)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는 “루브르는 프랑스 문화의 상징”이라며 “이 사건은 국가의 수치이자 정부의 부패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1911년 ‘모나리자’ 도난 이후 최대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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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이 2025년 8월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화 ‘모나리자’를 촬영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관람객이 2025년 8월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화 ‘모나리자’를 촬영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루브르 박물관은 1911년 이탈리아인 빈첸초 페루자가 ‘모나리자’를 훔친 사건 이후 여러 차례 도난을 겪었지만, 개장 직후 대낮에 벌어진 절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도난이 일어난 아폴론 갤러리는 프랑스 왕실 보석이 전시된 공간으로 모나리자 전시실과 불과 250m 떨어져 있다.

루브르는 사건 직후 하루 동안 휴관했으며, 파리 경찰은 CCTV와 출입기록을 정밀 분석 중이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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