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드림은 부자만의 것?”…69억원·비자 장벽 이중고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5-09-22 15:59
입력 2025-09-22 15:59

인베스토피디아 보고서, 아메리칸드림 달성에 평생 69억 원 필요
H-1B 수수료 인상까지 겹치며 한국 인재들 ‘이중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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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프란시스코 알라모 스퀘어 공원에서 ‘페인티드 레이디스(세븐 시스터즈)’ 주택가를 배경으로 앉아 있는 한 커플. 인베스토피디아는 내 집 마련을 포함한 아메리칸드림 달성에 평생 69억 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123rf
미국 샌프란시스코 알라모 스퀘어 공원에서 ‘페인티드 레이디스(세븐 시스터즈)’ 주택가를 배경으로 앉아 있는 한 커플. 인베스토피디아는 내 집 마련을 포함한 아메리칸드림 달성에 평생 69억 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123rf


미국 사회는 오랫동안 ‘아메리칸드림’을 누구나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 이상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제 이 꿈을 이루려면 평생 500만 달러(69억6700만 원)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 일간 USA투데이는 21일(현지시간) 금융정보 매체 인베스토피디아의 최신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아메리칸드림은 내 집을 사고 가족을 꾸려 자녀를 교육하며 은퇴 후에도 안락한 삶을 누린다는 믿음을 뜻한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 꿈이 점점 더 비싸지고 있으며 평균적인 생애 소득으로는 사실상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는 성인이 된 뒤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2세부터 85세까지의 기간을 기준으로 주요 생활 항목의 비용을 산출했다.

8대 항목별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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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토피디아 보고서가 제시한 ‘아메리칸 드림’ 8대 항목별 평생 비용. 은퇴 자금, 주택, 신차 구입, 자녀 교육, 의료비 등을 모두 합쳐 약 69억 원에 달한다. 출처=I인베스토피디아 보고서/USA투데이, 재가공
인베스토피디아 보고서가 제시한 ‘아메리칸 드림’ 8대 항목별 평생 비용. 은퇴 자금, 주택, 신차 구입, 자녀 교육, 의료비 등을 모두 합쳐 약 69억 원에 달한다. 출처=I인베스토피디아 보고서/USA투데이, 재가공


은퇴 자금 22억8600만 원은퇴 후 20년 동안 생활하려면 164만 달러(22억8600만 원)가 든다. 이는 지난해보다 늘어난 수치다. 재정 전문가들은 은퇴 자금에서 매년 4%만 사용하라고 권고한다. 160만 달러의 4%는 연간 6만4000달러(8900만 원)다.

주택 소유 13억3000만 원중간 주택 가격(거래 주택 가격대의 중간값)은 41만5000달러(5억8000만 원)다. 여기에 30년 주택담보 대출 이자와 보험료, 재산세를 합하면 평생 95만7594달러(13억3000만 원)가 필요하다. 지난해보다 늘었다. 주택 가격과 금리가 동시에 올랐기 때문이다.

평생 신차 구매 비용 12억5500만 원신차 구매 비용은 90만346달러(12억5500만 원)다. 보고서는 22세부터 75세까지 10년마다 새 차를 산다고 가정해 이 수치를 계산했다. 지난해보다 9만 달러(1억2500만 원)가 늘었다. 응답자의 72%가 새 차를 드림의 일부로 꼽았지만 실제 차량 평균 사용 연한은 13년이다.

자녀 양육과 대학 교육 12억2100만 원자녀 두 명을 성인이 될 때까지 키우고 주립대학에 보내려면 87만6092달러(12억2100만 원)가 필요하다. 양육비가 64만5819달러(9억 원)이고 대학 등록금이 나머지를 차지한다. 높은 교육비는 저출산의 원인으로도 꼽힌다.

의료비 5억7700만 원평생 의료비 지출은 41만4208달러(5억7700만 원)로 나타났다. 이번 보고서는 의료를 단순한 필수가 아니라 양질의 서비스로 정의하고 아메리칸드림의 일부로 포함했다.

휴가 2억5100만 원평생 매년 한 번 휴가를 떠난다고 가정하면 총비용은 18만621달러(2억5100만 원)다. 평균 휴가 한 번에 드는 비용은 2867달러(400만 원)다. 응답자의 71%는 휴가를 드림의 일부로 꼽았다.

반려동물 5500만 원미국 가구의 3분의 2가 반려동물을 기른다. 개와 고양이를 평생 기르면 3만9381달러(5500만 원)가 든다.

결혼식 5300만 원예식과 피로연, 예물을 포함한 평균 결혼 비용은 3만8200달러(5300만 원)다.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었다.

H-1B 비자 수수료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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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 디캡 카운티에 있는 이민국(USCIS) 건물 전경. 트럼프 행정부의 H-1B 수수료 인상은 해외 인재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Gulbenk,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미국 조지아주 디캡 카운티에 있는 이민국(USCIS) 건물 전경. 트럼프 행정부의 H-1B 수수료 인상은 해외 인재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Gulbenk,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아메리칸드림 자체가 억대 비용으로 치솟은 상황에서 미국에 들어가는 첫 관문도 더 비싸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H-1B 신규 신청자에게 10만 달러(1억3900만 원) 수수료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하루 뒤 “이 수수료는 매년이 아니라 신청 시 한 번만 내는 비용이며 기존 비자 소지자나 갱신자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글로벌 기술 중심 기업과 외국인 인재들은 여전히 충격을 받고 있다.

H-1B는 대표적인 전문직 취업비자로 아메리칸드림의 핵심 통로로 꼽히지만 유일한 길은 아니다. 미국 유학을 마친 뒤 OPT를 거쳐 영주권으로 이어지는 경우 고용주 후원자를 통한 취업 이민, 일정 금액을 투자해 영주권을 얻는 투자이민(EB-5) 등 다양한 경로가 존재한다.

한국 인재에게 더 멀어진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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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맨해튼 전경. 인베스토피디아 보고서는 주택 소유에만 평생 13억 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EPA 연합뉴스
미국 뉴욕 맨해튼 전경. 인베스토피디아 보고서는 주택 소유에만 평생 13억 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EPA 연합뉴스


한국 청년과 전문직 종사자는 학비와 생활비, 정착 자금에 이어 이제 비자 수수료까지 억대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인베스토피디아가 제시한 69억 원이 넘는 아메리칸드림은 결국 상위 소득층만의 영역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H-1B가 자국민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이 인재 유치 경쟁에서 스스로 문을 닫고 있다고 반박한다. 아메리칸드림은 살아가는 비용뿐 아니라 들어가는 비용까지 치솟으면서 한국인에게 더욱 멀어진 목표로 변하고 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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