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한 치도 못 내줘” 탈레반, 트럼프 바그람 반환 요구 거부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5-09-22 18:00
입력 2025-09-22 18:00

트럼프 “돌려주지 않으면 나쁜 일 생길 것”…탈레반 “협상 불가” 강경 맞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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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아프간 바그람 공군기지(왼쪽) 반환을 요구하자 탈레반이 강력히 반발하며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아프간 바그람 공군기지(왼쪽) 반환을 요구하자 탈레반이 강력히 반발하며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바그람 공군기지 반환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1년 미군 철수 이후 4년 만에 기지 재점유를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탈레반은 “영토 보전은 양보할 수 없다”며 강경하게 맞섰다.

트럼프 “바그람, 지금 당장 되찾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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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월 15일 촬영된 아프간 바그람 공군기지 활주로 모습. 미군 철수 4년 만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지 반환을 요구하자 탈레반이 “협상 불가” 입장을 밝혔다. AFP 연합뉴스
2002년 1월 15일 촬영된 아프간 바그람 공군기지 활주로 모습. 미군 철수 4년 만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지 반환을 요구하자 탈레반이 “협상 불가” 입장을 밝혔다. AF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영국 국빈방문 중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프간에서 바그람 공군기지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중국의 핵 시설에서 불과 1시간 거리에 있다는 점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도 글을 올려 “아프간이 기지를 돌려주지 않으면 나쁜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군 재파병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그 부분은 말하지 않겠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탈레반 “영토 보전 최우선…내정 간섭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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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14일 아프가니스탄 쿠나르주 누르갈 지역 마자르다라 마을에서 지진 피해 주민들이 임시 천막에 머무는 모습. 이번 강진으로 2200명 넘게 숨졌으며, 탈레반 정부 고위 인사가 현장을 처음 방문했다. AFP 연합뉴스
2025년 9월 14일 아프가니스탄 쿠나르주 누르갈 지역 마자르다라 마을에서 지진 피해 주민들이 임시 천막에 머무는 모습. 이번 강진으로 2200명 넘게 숨졌으며, 탈레반 정부 고위 인사가 현장을 처음 방문했다. AFP 연합뉴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22일 AP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일축한다”며 “미국은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아프간은 경제 중심 외교를 추진한다”면서 “상호 이익을 바탕으로 각국과 건설적 관계를 구축해왔다”고 강조했다.

무자히드는 또 “우리는 미국과의 모든 협상에서 아프간의 독립과 영토 보전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해왔다”며 “도하 합의에서 미국은 아프간의 영토 보전과 정치적 독립을 무력으로 위협하지 않고 내정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미국이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1인치도 내줄 수 없다”파시후딘 피트라트 탈레반 참모총장은 전날 방송 연설에서 “우리는 우리 영토의 단 1인치도 누구에게 내주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그는 “아프간 국민은 땅을 지키기 위해 희생을 감수해왔다”며 기지 반환 요구를 일축했다.

미·아프간 관계와 외신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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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3월 12일 미군이 아프간 카불 북쪽 바그람 공군기지에 도착하는 모습. 트럼프 대통령이 기지 반환을 요구하자 탈레반은 “협상 불가”라며 거부했다. AFP 연합뉴스
2002년 3월 12일 미군이 아프간 카불 북쪽 바그람 공군기지에 도착하는 모습. 트럼프 대통령이 기지 반환을 요구하자 탈레반은 “협상 불가”라며 거부했다. AFP 연합뉴스


바그람 기지는 카불 북쪽 약 40~50㎞에 자리 잡고 있으며, 2001년 9·11 테러 이후 20년 동안 미군이 아프간 전쟁의 핵심 전초기지로 활용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철수 과정에서 수조 원대 무기와 장비를 현지에 남기고 떠났고, 탈레반은 이를 접수했다.

AP는 “트럼프 대통령이 바그람 기지 재점유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철수 ‘무능’을 정면 비판하는 행보”라고 분석했다. 미국 언론들도 “탈레반이 국제적 고립과 경제 위기, 내부 갈등, 무장단체 위협에 시달리고 있지만 영토 문제에서는 절대 물러서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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